- 그의 애송詩

바람의 경치 - 심재휘

Chris Yoon 2021. 10. 16. 07:08

 

 

바람의 경치             심재휘

 

고속도로를 지나 국도와 또 어느 봄날
느티나무 저 높은 가지 끝에도 물이 오를까
싶은 지방도로 끝난 곳에서 우리는 무슨 잎을
피우나 이제 그대에게 어떤 편지를 쓰나
그리운 당신 더 쓸 말은 없구려 이만
생각하면 언제나 누군가 옆에 있었건만
바다로 이어진 제방에 나는 늘
혼자 앉아 있었던 거였다
산기슭에서 연을 날리던 아이들은 바람 부는
들판을 쏘다니다가 어느 뻘밭에서 늙어갔는지
포구의 폐선들 잔물결에도 일렁거린다 때때로
바람은 숲에 몸을 숨기고 우리를 노려보다가도
낄낄대며 나와 새들을 높이 날리곤 하였는데
새들이 바람을 몸에 품으며 바람의 영토에서
훨훨 벗어나는 걸 바람은 몰랐던 거다
몰랐으므로 또한
새가 되지 못하는
나는
당도하지 않은 그대의 소식처럼 떠돈다
그러나 떠도는 것은 그대와 나의 운명
여관에서 밤새 썼던 나의 편지들이
우체국 어두운 사서함 속에서 낡아가듯
그대 역시 마을의 거리에서 혼자 늙어갈 테지
온몸에 바람의 문신을 새기며 쓸쓸할 테지
하지만 그대여 나는 내 얼굴을 스쳐 천천히
지나가는 이 잔혹한 기운 속에다 이렇게 쓰려 한다
그대와 함께 했던 날들은 감히 아름다웠다고

 

 

 

 

 

태기산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해발 1,261m이다.

이 산은 신라에 의해 멸망한 진한의 태기왕(泰岐王)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항전하던 곳이라 하여,

본래 덕고산(德高山)이라 하던 것을 태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風골(바람골)이라고 부를정도로 바람이 센 곳이라 풍력발전기도 여러대 돌고있다.

동쪽으로 흐르는 수계는 무이리를 지나 흥정천으로 흘러들고, 흥정천은 평창강으로 유입한다.

서쪽으로 흐르는 수계는 유동천(柳洞川) 등과 합쳐져 계천(桂川)으로 흘러가며,

남서쪽으로는 남한강의 한 지류인 주천강(酒泉江)의 상류를 이룬다.

산 남쪽으로는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국도가 일찍이 개설되었으나 영동고속도로 개통 후 지금은 이용객이 거의 없다.

산 중턱에는 과거 화전민촌이 곳곳에 분포했으나 지금은 화전민정착사업으로 산 아래 마을과 합쳐져 모두 사라졌다.

차박을 하려고 올라갔으나 바람도 너무 거세고 풍력발전기 도는 소리도 요란하여 잠시 머물다가 하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바람의 경치'임에는 확실하다.

 

 

- Poem : 심재휘의 '바람의 경치'

- Photo : Andy Lim

- Copy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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