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그 5월에... - 곽재구

Chris Yoon 2021. 10. 16. 07:01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꽂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5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5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라

자운영 꽃들만 숨가쁘게 빛나고

 

그 5월에 - 곽재구

 

 

 

Photo Memo / 5월의 첫날, 산책을 나갔다가 봄꽃이 질펀하게 핀 들녁을 걸어가는 청년 하나를 보았다

젊다는 것은 5월처럼 푸르고, 싱그럽고, 자신에 차있는 것일까?

어찌 저리도 활기차게 걷는 모습이 좋아보일까.

마치 아들아이의 옛모습을 보는것 같다.

곽재구시인의 '그 5월에'가 떠올랐다

뒤 따라가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들같은 생각이 들어 쫓아가서 어깨라도 안아주고 싶었다.

 

 

자운영 [紫雲英] / A Chinese milk vetch :

콩과에 속한 두 해살이풀로 크로바같은 자주색꽃이 피어나며 5월이면 들녘과 빈 밭에 자생한다.

그러나 농사를 짓기전, 모두 갈아엎어 농작물의 거름으로 사용되는 슬픈 운명을 지닌 풀꽃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거름이되어 다른 농작물을 성장시키는 풀, 내가 어린 시절만해도 들녁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토지산성화와 잡초를 없애느라 살포하는 농약으로 통 볼 수가 없다.

자운영은 토질도 건강하게 만들고 꽃도 아름다워 자운영이 핀 들녁은 건강하고 보기도 좋다

자운영, ... 인간을 닮은 꽃, 우리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운영같은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은 아닌지?...

5월, 가족의 달이고 가정의 달이다.

부모들은 떠나간 자식들을, 자손들은 나이든 부모를 떠올리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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