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수족관 김종미
잠을 풀고
베란다 창을 열자
열대어 한 마리가 스르르 헤엄쳐 들어왔다
붉은 산호초는 잘 자라고 있으므로
바다는 안심하고 푸르렀다
눈동자 하나를 바다로 흘려보내고
남은 눈동자 하나에 차가운 바다를 접어 넣고 있을 때
붉은 열대어가 가느다란 담배에 불을 붙여 내 입에 물려주었다
담배연기는 순간의 조합이던가
초고속으로 필름이 감기고
머릿속은 락스를 푼 듯 하얘졌다
그때 튀어나온 사랑한다는 말은 먼 훗날 어떻게 해석될까
붉은 열대어는 차례로 비늘을 벗었다
그가 눈부시게 하얀 맨몸의 사내가 될 때까지
붉은 목단 장판 뜨겁게 구워졌다
그때 우리를 해안으로 밀어낸 것이 밀실이었는지
담배연기였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산수유가 바다 속에서 꽃을 피웠는지 우리는 묻지 않았다
손톱을 세워 묻지 마라 봄이냐고, 봄이 아니냐고
꽃가루처럼 노란 밤이었다
눈부신 4월의 시작이 바로 엊그제같더니 어느새 마지막 날이다.
이번 4월은 소리도없이 지나갔다.
아무것도 한것이 없는것같은데 나는 바삐, 숨가쁘게 돌아다녔다.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타고... 비교적 사람들이 안다니는 길로, 숨어서 다니듯 길을 걸었다.
그리고 가는곳마다 화상열체크 기계앞에서서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정상체온을 확인한 뒤에 밀실로 들어갔다.
밀실에는 파도치는 바다사진이 있었다.
갈 수 없는 바다. 나는 바다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삭혀냈다.
먼 열대 바다까지 가고싶었다. 스노우클링을 하면 열대어들이 몰려드는 곳.
4월의 마지막날이다.
곧 종합과세신고 대상인지 아닌지, 이곳저곳 금융소득을 알아봐야 되겠지.
대체 이나라는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들의 금융소득까지 샅샅이 뒤져 알뜰하게 거둬드린다는 말인가!
노년의 행복은 강탈하지 말아야한다.
그보다 현직에서 일하며 정보를 캐내 못쓰는 땅까지 사들여 일확천금을 현실화시키는 투기꾼들을 가려내는게 더 급선무가 아닐까? ... 조용히 마음의 신문고를 울려본다.
툭-하고 꽃잎지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떨어져 눈운 꽃잎들처럼 편안하시길...
내일부터는 5월, 감상의 늪에서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가길...
코로나 백신도 맞고, 마스크도 벗어던지고, 서로 만나
그동안 참았던 마음속의 말들 정감있게 쏟아내시길.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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