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장마,... 빗길을 나서면

Chris Yoon 2021. 10. 14. 12:19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 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결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빗방울, 빗방울들 - 나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