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병상일기

Chris Yoon 2023. 1. 21. 01:44

2023. 1. 15.

새벽 3시에 잠이깨었다.

숨이 차고 호홉곤난이 와서 잠이 깨었다.

누워있을 수가 없을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이대로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일어나 앉았다.

앉아있으면 고통은 조금 덜 하다.

폐에 물이 차있는 것이 위치변동에 따라 조금 더, 덜 차이가 있는듯하다.

책상앞에 앉아 사진 수정을 하면서 크레이티브 능력을 키워나가다보면 시간이 잘 간다.

 

새벽 5시. 아내의 방에서 인기척이 난다. 아내도 일어날 시간이다.

- 잘 잤어요?

- 음. 그럭저럭 조금 잤어. 나, 주사 좀 놔줘.

아내는 이내 주사준비를 하여 내 방으로 왔다.

조그만 주사가 두 대. 이뇨제와 호홉을 원할하게 해주는 주사다.

아내는 연달아 두 대의 주사를 놓고 주사놓은 자리를 문지르면서 젊은시절의 내 몸과 현재를 비교하는가보다.

탄력있던 엉덩이는 마르고, 빈약해졌고, 지난해 항암치료로 수없이 찔린 자리고 보잘것없이 되어버렸다.

아내는 안쓰럽게 나를 바라보며 가슴아파한다.

 

오전 11시.

- 식사했어요? 주사맞고 좀 나아지고 있어요?

아내의 카톡이 울린다.

- 음, 주사 덕분인지 훨씬 수월해졌어.

- 다행이네요. 이따봐요.

- 음. 여러가지로 고마워.

- 별 소리 다하시네요.

- 사실이지 뭐...

사실이다. 여러가지로 요즘 아내는 나를 위해 노력하고있다.

내 병간호로 주사놓느라고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서 옆에 있어주고,

나의 공복을 채워주느라고 롤 케익, 과일, 우유, ... 등을 퇴근길에 사온다.

비상약도 늘 구해오고  채혈검사와 진료가 있는 날은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병원엘 함께와서

의사의 진료상담까지 모두 함께 듣는다

.

 

2023.1.16.

- 여보, 괜찮아?

누워서 듣는 아내의 목소리는 다정다감하면서 멀리 들렸다.

- 응, 괜찮아.

나의 목소리는 깊은곳에서부터 나오는 작은 소리였다.

언젠가 아내에게 눈물마저 거두고 떠나갈때 하려던 말,

- 여보, 나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곳에서 우리, 새가되어 다시 만나자.

어디던지 함께 날아다니고 푸른 숲에서 저 건너산까지 날아가보고.

 

나는 오늘 다용도실에 있던 게르마늄 단지를 찾아내어 씼어서 내 서재 깊은 곳에 올려놓았다.

한줌의 재로 만들어져 다시 나의 서재에 두었다가 언젠가 적당한 기회가 오면 내가 평소 잘가던 올림픽공원 아름드리 벚꽃나무 아래에 뿌려달라고 하고 싶다.

언젠가 새같은 아이가 나를 찾아 오겠지. 그리고 하얀 내 뼈가루를 벚꽃 나무 아래에 뿌려주겠지.

그리고 해마다 벚꽃이 만개하면 찾아와서 나의 안부를 묻고 가겠지.

 

 

2023. 1. 17.

아내도, 나도 긴장했다.

컴퓨터화면을 열고 송교수는 진찰결과를 이야기했다.

- 빈혈도 없어지고 백혈구도 줄었습니다. 그런데 심장은 더 나빠졌습니다.

나는 전문적인 의학용어와 약명친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내와 송교수만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나의 가장 문제가되는 심장의 두근거림, 숨가쁨 현상, 호홉곤난, 잦은 비뇨 등을 이야기하며 약을 조제했다.

송교수는 우선 3일분만 특별조제를 하고 나머지 2주일분은 기본적인 것으로 돌아간후, 2주일 후에 다시 보기로 했다.

 

나빠질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타고난 유전성으로의 심장병이다.

더 살게 해주십시요. 저는 좀 더 오래 살아야합니다.

 

 

2023. 1. 19.

잠실 루터회관에서 재건축총회가 있다기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섰다.

이럴수가!... 전철역까지 나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다섯발자욱 걷고나면 숨이 가빠져서 멈춰서야하고, 조금 진정되면 또 걷다가 멈춰서고...

나의 아밀로이드병은 생각보다 더 심각해져있었다.

이렇게 건강이 악화되고 병이 깊어진줄은 생각보다 더 심했다.

 

죽을힘을 다해 루터회관에 도착, 아는 얼굴들을 몇명 만나고 돌아오는 길.

새삼 함께 어울려 다녔던 그들의 건강이 이렇게 부럽게 느껴지다니...

나는 꼭 일어나서 다시 살아야한다.

삶의 의욕은 이렇게 간절한데... 하나님, 저는 더 살아야합니다.

 

 

2023. 1. 20.

천상에서 들려오는 Hymn(聖歌)였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어렴풋이 잠이 깨었다.

어제, 밤을 꼬박새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그래서 일찍 잠이 깨었나보다.

시간은 자정도 되지않았다.

 

나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있었다.

덮고있던 이불도 온통 땀으로 젖은빨래같았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덮었다.

그런데... 이렇게 몸이 가볍고 부드러워질수가!...

나의 병은 한층 나아져있었다.

잠에 취해서 몸을 움직여봤다.

그 아프던 다리가 고통없이 움직여지고 기분은 날아갈듯 좋았다.

그렇다. 어제까지 독한약을 3일분을 먹었다. 그러면서 나의 몸이 변하는 상태를 조심스럽게 느끼며 관찰했다.

걸을적마다, 발자욱을 떼어놓을적마다 고통은 덜했고 걷기도 편했다.

분명 나의 병은 수치가 낮아지고 나는 건강해져 있었다.

그래야지...! 나는 지난 몇일간을 아예 낙담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죽음이 별것 아니었다. 이렇게 고통을 받다가 끝내 생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죽는 것보다 죽은후가 더 슬펐다.

혼자두고 가는 아내에게 마지막 뭐라고하면서 떠나나?...

 

한번 깬 잠은 다시 오지않는다.

나는 차츰 꿈처럼 느꼈던 나의 덜어진 고통을, 즉 조금씩 돌아온 건강상태를 느끼며 말끔히 잠에서 깨었다.

소복하게 부어있던 발등의 부종도 훨씬 빠진듯하다.

살아야한다. 아무일 없었듯이 훌훌털고 일어나 하던일을 계속하며, 살아오던 삶을 계속해야한다.

아, 생이여! 사랑이여... 생은 사랑이다.

꿈에 형을 보았다. 평소처럼 말없고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찾아와 눈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누나에게 전화를 하고 형의 안부를 걱정했다.

형도 그동안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고한다. 이제 4개월밖에 안되었다니 아직 병원출입이 잦을것이다.

다른곳 전의가 없기를 바랄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말없이,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있다.

아, 생이여! 사랑이여... 이렇게 삶은 계속되는가!.

 

2023. 1. 21.

혼자 부실한 몸으로 주방으로 거실로 조금씩 움직이며 몸의 건강상태를 가늠하고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좋아진듯...

전화로 숙부님께 안부인사를 여쭙다.

오정, 해월당 상원이 여름내 지은 농사라면서 검정콩 두봉지와 콩조림을 해먹으라고 신앙촌 간장을 가지고왔다.

그와 남한산성을 한바퀴돌며 점심을 먹고 돌아오다.

빨리 회복하여 할일이 많다.

 

 

- Chris Yoon

 

'- 그의 Lif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새해 山行.  (0) 2023.01.23
Happy New Year. 설날  (0) 2023.01.22
거룩한 식사 - Story II  (0) 2023.01.05
거룩한 식사 - Story I  (0) 2023.01.04
아밀로이드종 Amyloidosis 재발.  (0) 202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