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II
83세의 나이를 곱게 넘기고 계신 누님이 계시다.
작년부터, 아니... 내가 항암치료를 받기전부터 혈액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6년근 수삼 100뿌리와 함께 다려먹으라고 어렵게 구한 경산 대추를 보내셔서 톡톡히 덕을 보게하신 누님이다.
그 누나가 이번에는 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또 일을 내셨다.
누나는 물맑은 바다가 펼쳐지고 봄이면 동백꽃이 만발한 청정지역 남쪽지방에 사신다.
따라서 좋은 생선을 젊어서부터 대놓고 먹는 집안이다.
명절이나 제사날이 오면 내 팔뚝만한 온갖 생선들을 구해다 전을 부치고 쌓아올려 젯상이 넘치게 차리는 집안이다.
누나는 나에게 보내려고 몇일전부터 단골생선집에 대구(大口魚)·를 주문하셨다.
풍랑이 거세고 일기가 고르지않아 대구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돌아왔는데 얼마후 다시 연락이 왔단다.
아주 큰 대구가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는 그 길로 다시 나가셔서 그 대구를 두 마리를 사셨다.
한마리는 곤이가 든 숫대구, 또 한 마리는 알이든 암대구와 내가 좋아한다고 특별히 생미역까지 한쪽에다 넣어 보내셨다.
나는 우체국 택배를 받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가 혼자 들을 수가 없는 스트로폴상자를 들고 간신히 주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포장을 뜯느라고 애를 썼다. 비닐포장을 무려 다섯겹을 감아서 풀어내는데도 애를 써야했다.
그리고 뚜껑을 여는 순간, 더 놀란것은 이렇게 큰 대구를 나는 난생 처음 보았다.
한 마리가 내 팔뚝길이만 했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84세의 노인이 약대구라며 특별주문을해서 직접포장을해서 우체국으로 가서 이것을 보내시다니...
눈물겨운 일이다.
나는 우선 대구를 다듬느라고 씨름을 해야했다. 어렵사리 세 토막을 내고 곤이와 알은 곱게 꺼내어 보관하고 횐살은 포를 떠서 전을 부치게 만들어두었다.
삼일간은 곤이를 끓여서 몇번에 나누어먹고, 그 다음은 머리와 포를 뜨고 남은 가시로 찜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요즘 설날에는 전을 부쳐먹고 있다.
어린시절 내가 잔병치례로 아프던 때, 날 업고 꽃밭을 거닐며 꽃 한송이를 따서 쥐여주며 ' 많이 아파? 자고나서 내일이 되면 다 나을거야.' 그렇게 이야기하던 누나가 생각나는가!
누나는 오늘도 전화로 물어오셨다. '대구 다 먹었니? 더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그리고 빨리 나아야지."
아! 젊은날의 동백꽃을 닮은 누나가 떠오른다.
글/ 사진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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