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대림동 골목의 목련 한 송이

Chris Yoon 2021. 12. 1. 01:35

 

 

 

대림동 골목의 목련 한 송이            윤필립

 


여기는 이방인의 거리
대림동 전철역 12번 출구 바로 앞 골목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만큼이나 탁한 삶이
켜켜이 쌓인 동네
길가에 애처로운 목련 한 송이 피었다
목련은 찬바람을 맞으며 꽃봉오리를 만들고
햇빛속에 꽃을 피우듯
이국(異國)의 말로 듣고 자국어로 이해하고
다시 이국어로 말하는 두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아직 봄이 오지않은 그 골목
그 목련꽃 보고 오는 길
전철 밖으로 지나가는 온세상은
봄 비에 꽃송이들 흐드러지게 젖고있다



돈벌이를 하려고 중국인들이 몰려와 살아가면서 형성된 골목들이 이젠 제각기 특징을 갖추게 되었다
제일 오래된 인천 차이나타운은 이젠 명색만 중국인마을일뿐, 관상용으로 상업적으로 변모한 현대적인 상가가 되었다

전철 대림역의 12번 출구, 바로 앞 골목은 그야말로 중국인들이 사는 터전이다
그들끼리 만나 동창회도 열고 함께 식사도 나누며 한 잔 술로 시름을 달래는 만남의 장소인 중국인 식당들이 많은데
밤이 늦으면 싸움질이 끊이질않고 사고도 많은 위험지역으로 변한다

원주민들과 마찰도 심하고 음식값도 그리 싸지 않다
그냥 둘러보며 길거리음식, 고기호떡, 부추호떡, 기름에 튀긴 꽈배기, 중국식 순대... 등으로 군것질을 하며
특산물 월병, 해바라기 씨, 콩. 등을 사갖고와서 집에서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도 좋다

또 건대입구에 있는 중국인 마을은 조금 광범위한데 주로 상업밀집 골목이다
중국의 유명한 양꼬치구이집이 즐비하여 저녁때 골목으로 들어서면 노리캐캐한 양고기 굽는 화덕이 길거리를 메우고

고기굽는 연기로 자욱하다

주로 대학생들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단골로 찾는 특산식품가개가 한 집건너 두 집 정도로 많다
그곳에서는 중국인들이 먹는 소스류 간장, 콩장, 고추기름,...등을 구하기가 쉽다


사진설명 / 대림동 전철역 앞 골목 중국인거리를 찾아들어가 한 송이 목련같은 처녀가 호떡을 굽는 모습을 한동안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몇 마디의 말을 나누어 보았는데 그녀는 대륙에서 건너온 역시 한 송이의 꽃이었다

옆에서 보던 내 아들이 하는 말, " 아빠, 중국사람 다 됐네." (이제사 사진으로 보니 내가봐도 현지 중국인과 별 차이없이 느낌이 같다 * 여기서 느낌이 같다는 말은 차림새가 꾀죄죄하고 후줄근하다는 말)

그렇다. 우리 父子는 지구 어디에 갖다놔도 현지인과 거의 같은 격으로 변한다

역마살을 타고난 인생답게 카메레온처럼 환경에 잘 적응한다

- 난 역시 적응력이 빠르잖아. 어딜 갖다놔도

- 아빠가 아무리 잘 적응한다해도 나만큼 잘 적응해?

- 넌 애시당초 그렇게 팔자에 타고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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