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皇帝를 위하여 윤필립
어린시절,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다니며 말씀하셨다
'이 녀석아,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치는 법이란다
비록 무릎헤진 바지를 입었을망정 마음은 황제처럼 살아야하느니라'
그래서 나는 평생을 황제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의 황제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고
어린 황제로 성장하던 나는 몸 붙일곳이 없었다
이미 몰락하여 내몰린 양반가에서
황제로 계속 성장한다는건 쉽지않았다
황제노름도 배가 불러야 하는법,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을 빈곤한 삶으로 부터 터득하며
한가지씩 배워 나가게 되었다
내 나이 열 일곱, 피가 끓어오르자
스스로 양반가의 법도를 파괴하고
난전판으로 나와 세상을 살기로 했다
그러나 온갖 분탕질을 치며 세상과 대응할때마다
할머니는 가슴 한구석에서 나무라셨다
'이 녀석아, 가마귀 싸우는 곳에는 백로가 가지 않는 법이란다'
어려운 일이 있을적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때 황제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내 나이 서른,
이미 황제가 아니었다
세상의 잡배들과 어울려 온갖 고초를 겪으며
밤마다 술에 쩔어서 밤거리를 어슬렁거렸다
단 한번 목숨을 건 사랑도 실패로 끝이났다
'당신은 진정한 황제가 아니로군요'
그녀는 냉정하게 쏘아붙이고 떠나버렸다
내 나이 마흔,
사랑의 아픔과 이별을 승화시키려
나는 먼 이국 땅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꿈 속에서 말하셨다
'이 녀석아, 황제는 노래를 불러도
가려가면서 부르는 거란다'
그러면서 파김치같이 흐트러진 내 머리맡에 앉아
말없이 나를 내려 보다가 새벽이 오기전 홀연히 떠나셨다
나이 쉰을 넘기고나니 답이 나왔다
스스로 거지처럼 살고자 한다면 거지가 될 것이며
스스로 황제처럼 살고자 한다면 황제가 되는것을.
또한마음이 거지면 거지처럼 살게 될 것이며
마음이 황제가 되면 황제로 살게 되는것을.
이것이 황제로 사는 인생의 방법인 것을.
이것이 내가 평생 살아가는 황제의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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