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聖女 안젤라

Chris Yoon 2021. 11. 16. 05:30

 

 

 

수도원에 들어가 물을 얻어 마신 젊은 군인에게 반하여

수도원을 뛰쳐나온 수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다

나뭇가지에 걸려 벗겨진 검은 수건 하나를 나뭇가지에 그대로 걸어 놓고

바람속을 달려 말을 타고 떠난 군인을 쫓아갔다

 

안젤라...

그女도 애초에 聖女였다

젊은 아트 디렉터에게 반하여 모든걸 포기하고 살림을 차렸다

그렇게하여 나와 그녀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수도원을 뛰쳐나온 수녀는 젊은군인이 전사하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집시의 무리로 흘러 들어가

타고난 미색으로 풍파를 일으키며 굴곡진 인생의 길로 접어 들었다

 

안젤라...

그녀 또한 자신도 몰랐던 용암같이 뜨거운 피를 요동치며

밤마다 젊은 아트 디렉터의 몸을 탐닉하며 잠이 들곤했다

 

세상을 떠돌다 짚시여인이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온 날

수녀원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동안 눈이 없어졌던 성모마리아에게

다시 눈이 생겨나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젊은 아트 디렉터도 세월이 지남에 늙고

젊은 사내로서의 맛이 사라지자

안젤라도 다시 성모 마리아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를 위해 이제는 늙어버린 아트 디렉터는

반지를 두 개 마련하여 여행을 떠나

어느 바닷가 성당으로 들어가 혼배성사를 치뤄 주었다

 

성모마리아의 두눈이 돌아오고 눈물을 흘리던날

짚시촌에서 돌아온 수녀는 미사 대열에 합류하여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그저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 했다

 

안젤라도 이젠 성당엘 나가서

미사를 드린다

'내 탓이요, 주님, 내 탓입니다.'

 

 

... 수녀원을 뛰쳐나온 수녀는 영화'기적'의 캬롤 베이커이고

안젤라는 내 아내이다

 

 

 

 

 

사진설명/ 평생동안 아내를 따라서 몇 번인가 성당을 찾았다

부활절, 추수 감사절, 성탄전야,... 그러다가 제법 나이가 들어 혼배성사를 치뤘다

그때마다 성당의 스테인드 그라스에서 스며들어오는 빛속에 조용히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아내를 사진 찍고 싶었다.

그러나 늘 여건이 맞질않았다.

어느날, 함께 들어선 성당에서 소형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좀 더 젊은시절에 했어야지... 이제서야 겨우 이따위로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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