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I
남도여행을 다녀오고 곧이어 이사를 했다.
강남3구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통과되기가 어려웠는데 운이 좋았다느니, 돈 벌었다느니,.. 축하인사를 많이 받으면서도 거의 40년 가까이 살아온 곳을 떠나려니 마음이 안잡히고 늘 서운한 생각이 들어 그동안 산책하던 벚나무 길을 떠돌았다.그러다가 정작 이삿날이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듯 차근차근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곳에서 40여년을 살았으니 짐도 많았다. 버려야 할 것들,...버려서는 안 될 것들... 구분을 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다 버리기 아쉬운 것들이었다. 짐을 싸다보니 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버릴 수도 없고 가지고 가자니 그렇고..
이삿날이 되자 아침부터 들이닥친 이삿짐센터에 의해 내 물건들은 곤도라를 타고 아래로 내리가 대형컨테이너에 실렸다. 그렇게 짐을 싣고보니 금방 오후가 되었다. 나는 물건들이 다칠세라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그들과 함께 어울려 익숙하지도 않은 너스레를 떨며 식사를 함께했다. 그래도 간혹 물건들이 상했다. 그래도 나는 화내지않았다. 오히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좀 더 조심해달라'고 그들에게 당부했다. 시간이 지남에 그들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밤 9시가 넘어서야 그들은 돌아갔고 나는 지쳤다.
그들이 대충 상자를 풀고 꺼내놓고 간 물건들은 솔직히 정돈이 미흡했고 그냥 방치된 수준이었다.
그렇다. 짐을 많이 줄이고 올것을 짐이 너무 많았다. 온 집안이 발붙일 곳 한 군데 없었다. 나는 몇일을 짐을 다시 정리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이걸 어디에 둬야할지..? 불과 몇 평 차이지만 내 물건들은 둘곳이 없었다. 그동안 필요에 의해서, 마음이 끌려서, 산 물건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근처 식당에서 매식을하며 짐을 정리했고 이윽고 3일이 지나면서 지쳐누었다.
이사... 나이들어 할 짓이 아니다.
이사 II
이삿짐을 풀고 정리가 아직 덜 끝난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보니 멀리 있는 지인이 떠올랐다.
'요즘 무슨일로 그리 바쁘세요?' 문자를 넣었더니 답이왔다.
'퇴직하고 하고싶었던 일, 반려식물 기르고 있습니다,'
반려식물...?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그분으로서는 그 다운 대답이었다.
어느핸가 새벽산책을 다녀오던, 첫 서리가 많이 내린 추운날이었다.
정원에 누군가 여름내 내놓았던 화분을 엎어버리고 비싼 화분만 가지고 들어간듯
흑더미 위에 서리를 맞고 바짝마른 식물의 뿌리가 얹혀있었다.
나는 그 식물의 뿌리를 줏어들고 들어와 빈 화분에 심고 겨우내 간호를 했다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내어놓아 햇빛을 쬐게하며 긴 겨울을 보냈다.
이듬해 봄이되자 화초는 파란 순이 돗아나더니
나 보란듯 부채보다 더 큰 잎을 연이어 펼쳐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알로카시아'라는 관엽식물이었다
나는 이사를 오면서 화초의 잎이 행여나 손상이라도 될까봐 온갖 정성을드려 옮겨왔다.
그리고 내 서재의 창가에 자리를 잡아 주었다.
뿐만 아니라 화초가 외로울까봐 위에 풍경까지 달아주어 남한산성에서부터 시작되는
맑은 바람소리가 울리는 풍경소리까지 들려주었다.
밤이면 내 서재의 창가에 그 그림자가 믿음직스럽다.
이사... 내 벗님은 어이하려 하시는지...
그의 반려식물은 어떤 화초일까?...
사진 / 글 :: 윤필립 (尹馝粒)
1. Life
2. Due Tramonti
3. Alexandria
4. Writing Poems
5. Farewell To The Past
6. Run
7. Love Is A Mystery
8. Yerevan
9. Night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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