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갈대 - 정호승

Chris Yoon 2021. 10. 12. 07:16

2013. 12. 4.

 

 

갈대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 물결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하다는 것을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것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이 햇살에 빛나기 때문이다

 

 

 


벌써12월,

그러나 바람은 잠들고 하늘은 유리창같이 맑다

나무들은 아직 다 떨어내지 못한 나뭇잎 몇 장을 매달고 서있고

호수에는 지친 갈대가 흐느끼듯 조용히 서있다

그 아래, 어디서 왔을까?농병아리 한 마리 헤엄치며 놀고있다

또 한 해를 떠나보내는 내 마음은 차라리 저 호수빛처럼 다시 잔잔해진다

 

O.L. Park에서, Photo by.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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