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택시를 기다리며
3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나태주의 '화이트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