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월요일
서울은 무척 흐림.
나는 이런 회색빛 하늘아래,
회색도시를 좋아한다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을듯 도시를 짖누르고, 도시는 마냥 어둡다
어두운 도시를 내어다 보는 나,
그 어두운 하늘아래 회색빛 도시를 걷기로 했다
신사동 가로수거리의 커피집
아주 오래전, 항구가 보이는 선창가의 찻집이
가슴 한구석에 늘 남아있었다면
너는 아직 신파를 좋아하는거야
나, 이젠 그런 신파는 버린지 오래다
좋은 커피는 향이 우선이다
그런데 커피가 나왔는데
향은 간데없고
네 생각만 가득 피어오른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의 커피향이 좋아서
친구가 종종 들린다는 집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한 시간째 전화를 해본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자
요즘 커피집에는 다행이도 음악이 없다. 그래서 더 좋다
취향에 맞지않는 음악, 그것은 도시의 잡음이고 고역이다
내가 지금 이어폰으로 듣는
Cello Octet Conjunto _ Glass Reflections은
오늘같은 날씨에 딱 맞는다
오래된 친구, 象國이 나왔다
象國은 북유럽을 거니는 여행자같은 복장이다
그는 조금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그런 모습이 진정,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象國은 한동안 벽에 기대어 허공을 응시하기만 한다
나는 무슨 말인가를 하여 그를 위로하고 싶다
그러나 가물가물 그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춥다. 어딘지 들어가서 자고싶다
어젯밤, 커피향보다 더 짙은 네 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쳤다
새벽에 겨우 잠들어 꿈을 꾸었는데
내가 가정을 갖기전, 혼자 떠돌던 때,
가족들마저 나를 조롱하던 꿈...
또 다시 분노를 느끼며 잠을 깼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삭이느라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며 한동안 서있었다
그랬더니 지금 잠이 쏟아진다
象國과 마주앉아 그냥 말없이 커피잔만 만진다
커피잔을 만지는 손이 이뿐 남자...
유달리 손이 곱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다
그렇게 말없이 앉았다가,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
오늘, 서울은 흐리고 우리는 한없이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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