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5.

오늘 서울은 흐리고. 나는 외롭다
오늘 서울 흐림
날씨 무척 추운날
하늘은 온통 회색빛, 그리고 도시의 숲은 어둡다
어두운 도시를 내어다 보는 나,
그래서 나는 외롭다

나,
밤기차를 탔다
검은 산을 하나씩 돌려 세워 보낼 때마다
덜컹거리는 기차는
사선으로 몸을 틀었다
별빛은 조금씩
하늘을 나눠가졌다
종착역으로 향하는 기차는 인생을 닮았다
하루하루 세상에 침목을 대고
나 태어나자마자 이 길을 따라왔다
빠르게 흐르는 어둠 너머
가로등 속 누군가의 고단한 길이 들어 있었다
간이역처럼 나를 스쳐간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차창 밖은 세상의 가장 바깥이었다
함부로 내려설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
기차표를 들여다보았다
가는 곳이 낯설어 지고 있었다
- 윤성택의 <밤기차 >

기차는 어두운 터널을 몇개인가 지나
어느 역사에 도착했다
여기가 어딘지 나는 모른다
사람들이 내리고
복잡하던 객칸은 텅 비었다
남아있는 사람은 나까지 세 명,
한명은 졸고, 한명은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한 시간째 전화를 한다
나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Cello Octet Conjunto _ Glass Reflections은
오늘같은 날씨에 딱 맞는다
또 다른 낯선 驛
기차를 내려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둡고 푸르다
긴 통로를 지나니 낯 선 도시가 한층 더 낯설게 느껴진다

어둡고 푸른밤
가로등이 켜졌다
낯 선 도시에서 보는 가로등은 왠지 센티맨탈하다
데자뷰...
저 푸른하늘 하늘빛과 가로등을 어디서 보았던가?
길가에 서서 한동안 생각해 본다
그러나 가물가물 떠오르질 않는다
춥다. 어딘지 들어가고 싶다

추워서 무턱대고 들어온
소리나는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온 이층 찻집
어두운 창밖을 내다본다
자동차들이 긴꼬리를 물고 빨간불을 켜고 달린다
어둠속으로 이어지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보며
낯 선 도시에 앉아 커피를 마셔보았는가?
오늘, 서울은 흐리고 나는 한없이 외로웠다
-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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