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래를 만나러 바다로 갈거야
바다로 나가기엔 너무 늦어버린 나이,
그 나이에도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깊은밤,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때 내는
길고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먼,
물감을 풀어 놓은듯한 푸른바다에 망원경을 대고
수평선 너머 고래가 지나다니는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고래는 이젠 사라져버렸어
귀신고래는 이제 오지 않아.
귀신고래가 새끼를 데리고 사라진지 이미 오래지..."
하지만 나는 오늘도 바닷가 목로주점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어미고래가 새끼고래를 부르는 소리,
회유하는 어미고래의 소리는 목이 쉰듯 공허하다
바다 물빛같이 푸르던시절,
나는 고래를 만나러 남쪽 바닷가로 내달리곤 했었다
반짝이는 수평선 멀리 금방 고래가 나타날것 같았다
새끼고래를 거느리고 푸른등을 보이며
금방 내게로 다가올 것 같았다
그렇게 왼종일 기다리다가 저녁무렵이 되면
저녁안개 자욱한 하얀 신작로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그렇게 몇 십년, 아직도 장생포 앞바다에는
고래가 나타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어미고래가 새끼고래를 데리고 뭍 가까이에서 회유하다가
연해주 깊은 바다로 나간다는 이야기다
내일은 은빛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가득넣고
방어진 울기등대로 떠나야겠다
그리고 저 대왕암 너머 푸른 수평선으로
귀신고래가 새끼를 데리고 돌아오길 기다려야겠다
- Photo, Poem :: Chris Yoon
- Music :: Peder B. Helland - Wit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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