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A Walk In December IX / 두물머리 느티나무

Chris Yoon 2021. 11. 8. 02:16

두물머리 느티나무

 

슬픔이 깊을 때에는

등뼈를 구부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슬픔이 잦아들기도 한다

한겨울 빈 가지로 서 있던 두물머리 느티나무,

한여름 해질 무렵에 닿았다

느티나무의 몸이

둥근 내 등뼈 같아서 왈칵 눈물이 났다

느티나무의 몸속에 새집이 있다면 부레일 것이다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간절함이 새의 부리에 닿아

둥근 집을 짓게 했다

느티나무의 전생이 물고기였다는 것을 나는 안다

몸속으로 바람을 들이는 저 나무도

바람의 결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린 탓에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슬픔이 깊어질 때마다

푸른 비늘 틔워서

둥근 등뼈를 만든다

슬픔이 녹아 기쁨이 되는 어느 가을쯤

비늘 한 장 한 장 물 위에 띄워 보내며

뚝뚝 소리 나는 관절 사이로

바람 가득 품고 있는 둥근 부레

환하게 떠오를 것이다

 

 

어느 나무에 관한 기록 / 김경성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두물머리[兩水里]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이며 한자로는 '兩水里'를 쓰는데, 이곳은 양수리에서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장소를 가리킨다. 예전에는 이곳의 나루터가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는 강원도 정선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인 탓에 매우 번창하였다. 그러다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육로가 신설되자 쇠퇴하기 시작하여,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자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 기능이 정지되었다. 사유지이지만,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 옛 영화가 얽힌 나루터, 강으로 늘어진 많은 수양버들 등 강가마을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사진동호인들의 최고 인기 촬영장이기도 한데, 특히 겨울 설경과 일몰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물머리의 또다른 볼거리 느티나무의 수령은 400년이며, 세 그루의 느티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우산형의 수관(樹冠)을 형성하고 있는 두물머리마을의 정자목이다. 중심부에 있는 가장 큰 나무는 근원부부터 갈라진 모양을 보아 원래 두 그루였던 것이 합쳐져 자란 것으로 추정된다. 중간 크기의 나무는 지상부 1.2m 부위에서 갈라지는 두 줄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장방형의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큰 나무 쪽으로의 가지는 거의 발달되지 않아 수형이 불균형하다. 물가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 나무는 강쪽으로만 가지가 발달하여 큰 나무 쪽으로는 가지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