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Nostalgia
새벽마다 3시쯤 되면 잠이깨어 몽유병자처럼 집안을 서성거렸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한 달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의 불면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열흘전 쯤, 비를 맞고 돌아온 날부터 앓아눞기 시작했다.
밤이면 고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면서 앓았다.
그러다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누웠으나 이내 또 다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헛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휘청거리며 일어나 냉장고에서 차거운 오렌쥬스를 꺼내 마시고 차들이 뜸한 텅 빈 거리를 내어다 보다 책상앞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썼다.
이대로 쓰러지면 안돼.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럴때마다 파리에 있을때, 그 좋았던 날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난날들은 그렇다치고 앞으로 남은 날들이 걱정되었다.
내 자신도 예측을 못하듯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가 떠올랐다.
차라리 여기를 떠나서 파리로 갈까?...몽마르뜨 언덕 뒷편에 작은 집을 임대해서 얼마쯤 살다올까?
매일 몽마르뜨 언덕으로 나와서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보며 거리의 화가들과 어울려 그림에 관해 좀 더 깊이 몰두하며 빠져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새로운 생활에 젖어살다보면 현재 처해있는 복잡한 일들을 잊고 상처받은 것들을 치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매일 스마트 폰으로 음악을 보내온다.
편안한 음악이 아니고 Pillip Grass의 같은 음이 반복되는 미니멀(Minimal) 음악이었다.
그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렇다,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단순한 음악을 듣다보면 헝클어진 실타래같은 정신상태가 풀어지면서 스스로 치유되리라는 의도일까?
허기가 지면 오븐에 불을 지피고 식은 땀을 흘리며 빵을 구워 스트로우베리 크림이나 버터를 듬쁨 발라 먹었다.
그러면서 창밖을 내어다보면 투명한 가을햇살에 물드는 단풍이 고왔다.
가을이 깊을대로 깊었다. 뉴스에서는 단풍이 한창이라고, 주말이면 단풍을 즐기고오는 차들의 행렬이 밀려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가 먼 나라의 소식처럼 들려온다.
나는 좀 더 아파야 할것같다. 그러면서 파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하고, 그렇게 살다보면 죽은 화분에서 내년 봄에는 새움이 터 나오듯 또 한번 세상을 향한 의지가 솟아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아직 좀 더 살고싶다는 것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6,70년대를 별처럼 빛을 내며 한 시대를 요란하게 풍미했던 영화계의 거목, 한 사람이 유성처럼 사라져갔다.아, 인생이란 결국 이런것이구나... 라는 교훈을 남기며.
- Photo : Chris Yoon
- Copy : 윤필립(尹馝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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