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국경을 넘는 여행,
좁은 반도를 갈라 놓은 채 국경아닌 국경으로 막힌
분단의 세월을 산 내게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은 어쩌면 두려움이였다.
국경수비대에게 총을 맞는 것은 아닐까
여권을 가슴 깊숙히 감추고
로마에서 뮌헨으로, 제네바에서 몽불랑으로, 찰즈부르크에서 부뤼셀로....
이념의 분단에서 살아온 나에겐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웅크리고 기차 차창에 기대어 잠을 자고
새로운 도시에서 맞는 아침,
코인을 넣고 화장실을 가고, 환전을 하기위해 동전을 세고....
그 낯 선 방랑을 기차역 케리어에 실고 다녔다
지도 한 장을 들고 트램에 올라
때론 무작정 시내를 돌며
샌드위치 한 쪽으로 허기를 달래도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노스텔지어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할 지
어두워지는 도시에서 이방인은 모텔을 전전한다
내일 또 다시 떠날 수 있는 설레임
그 도시에선 또 어떤 그리움을 만날까?
지금은 세계여행이 자유로워졌지만 내가 처음 유럽에 나갈때만해도 그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국경을 넘을때는 언제나 군인이나 경찰들이 총을들고 검문을 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마치 밀사(密使)가 된것처럼 가슴조이며 품안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여권을 꺼내어서 내밀었었다
주로 밤에만 국경을 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국경을 넘고나면 먼 곳에서 동이 터왔다.
밤에 국경을 넘어 낯 선 나라에서 새벽을 맞는 그 느낌, 신선한 충격이었다
언제 그 시절의 노스탈쟈를 또 다시 느낄 수 있을런지...
이젠 그리움마저 퇴색해지고 그 푸르른 나뭇잎같던 시절의 사진속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아닌 청년이다
몇 번 기차를 갈아타고 알프스골짜기 퓌센지방에서의 일박.
아침, 커다란 사기 주전자에 가득한 연하고 구수한 모닝커피와 거친 빵 한조각
허물어진 하이델베르그의 고성에서 바라 본 옛 도시의 정취가 새삼 그립다.
그 때 나는 알았다
동유럽을 갈 수 없었던 나는 참 멀고 먼 동방의 나라
세계로 뻗어갈 수 없는 막히고 막힌 작은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걸
가을이다. 또 다시 그런 여행을 해보고싶다.
그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나의 젊은날의 한 페이지 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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