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1.
밀롱가에서 박정대
밀롱가 거리에 바람이 불어요
그대와 함께 하루 종일
밀롱가 거리를 쏘다녔지요
발이 아플 즈음에 저녁이 왔구요
바람에 떠밀려 초저녁별들도 밀려왔어요
우리를 따라온 어둠이 건물에 하나 둘
불빛을 매달았구요
우리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밀롱가 거리의 이층 찻집에 들어갔지요
군데군데 호롱불이 켜져 있던 마구간 같던 실내
그곳에서 우리는 따뜻한 마유주를 마셨지요
창밖엔 이미 캄캄한 어둠이었는데요
간혹, 그대가 탁자 위 술잔을 채우던 소리는
이미 아름다운 음악이었지요
그해 겨울, 그대와 내가 숨어들었던
밀롱가 거리의 이층 찻집은 우리의 짧은 생애였지요
시끄럽던 중국인 거리의 홍등가를 지나면
문득 나타나던
줄 없는 현악기 같았던 건물 한 채,
그대의 숨결이 내 가슴에 닿아 한 줄기 현으로 이어지던 곳
우리의 사소한 움직임도 고요한 음악이 되어 울리던 곳
악기의 공명통처럼 맑고 투명했던
밀롱街의 이층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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