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번 여름에 텅 빈 파리로 와요
몽마르트에 있는 라펭 아질로 와요
지나간 샹송들을 들을 수 있는 라펭 아질로 와요
원래는 카바레 드 자사생으로 불리던 곳
암살자의 주점에서 나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 이번 여름에 카바레 드 자사생으로 와요
와서 삶의 두통들을 모두 암살해 버려요
당신의 멋진 덧니로 그것들을 다 암살해 버려요
웃지 말아요 당신
추억이 고통스럽다면 추억을 암살하러 와요
당신은 나를 죽이고 나는 당신을 암살하겠어요
아무도 모르게 우리 암살자의 주점에서 만나요
당신은 사랑의 맹독으로 나를 암살해 줘요
나는 밤새도록 당신을 만지고
그러면 당신도 밤새도록 나를 만지겠지요
그리고 우리 그냥 서로에게 암살당해요
우리가 그렇게 죽는다면 그건 암살자의 주점 탓이지요
라펭 아질이든, 카바레 드 자사생이든
당신을 만나서 당신을 암살하고 싶어요
그리고 죽은 당신의 귀에 대고
오래도록 달콤하게 사랑한다고 속삭일래요
암살자의 주점으로 어서와요, 당신 암살자의 주점에서 나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 내 취향이에요, 어서 와요, 당신
이미 죽은 당신, 내가 죽인 당신
다시 죽이고 싶은
그리운 당신
박정대의 '라펭 아질(Lapin Agile)에서' 전문
* 몽마르뜨 언덕 뒤편에 자리잡은 수도원(샤를 쾨르 성당) 옆 자투리 밭에는 파리의 마지막 포도밭이 남아있고
그 포도밭 언저리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 카바레가 바로 생음악 샹송이 있는 예술가들의 고향 오 라뺑 아질 (Au Lapin Agile) 이다.
오 라뺑 아질은 한 세기 반이 넘도록 몽마르트를 거쳐간 화가들과 예술가들의 혼과 갈증을 채워주었던 선술집으로 시와 노래 그리고 토론과 술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언제나 기본을 이루는 집단은 화가와 작가들이었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약간 낮추도록 프레데는 서툴게 기타를 튕기며 메조 소프라노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1905-1910년에 라팽아질은 아방가르드 시인과 화가들이 가장 좋아하던 까페였다.
피카소, 모딜리아니, 로트렉, 에릭 사티, 에디뜨 피아프 등 예술계를 주름 잡았던 세기의 화가와 음악가들이 사랑하고 거쳐갔던 장소이기도 하다.그들은 여름 저녁이면 라팽아질의 테라스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평일 밤이면 손님들이 많지 않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이면 까페의 작은 두 방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여기에 압생트, 맥주, 싸구려 포도주, 싸구려 요리 냄새까지 뒤섞여 공기가 탁했는데, 거기에 인간의 체취도 한몫을 했다. 목욕하는 것을 비정상으로 여기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장-폴 크레스펠은 주말의 군중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곳에는 누구나 약간씩은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이 있었다.
이곳은 파리의 아방가르드 집단에게 진짜 매력을 발휘하는 곳이었다. 피고용인, 소부르주아, 정부와 그들이 숨겨놓은 애인들, 모험의 저녁을 찾아나와 허세를 부리는 젊은 여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역사적인 이 선술집은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서 지금도 월요일을 제외하고 저녁 9시부터 새벽 두시까지순수 바이오 (Bio) 공연을 펼치고 있다. Bio 공연이라 칭하는 이유는 노래 공연에 마이크도 없고 전자 음향 시설도 없이 가수들의 순수 목소리로 샹송을 부르기 때문이다. 가족적이고 인간적이고 모두 다 함께 노레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오 라팽 아질 (Au Lapin Agile) 은 불어로 번역하면 재빠른 토끼라는 뜻이다. 원래 살인청부업자의 술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는데 화가 앙드레 질 André Gill
이 선술집 벽에 냄비에서 뛰쳐나오는 토끼 그림을 그리면서 lapin à Gill 질의 토끼라는 뜻의 어휘가 묘하게 바뀌면서 lapin agile, 재빠른 토끼로 변화되었다.
Charles Dumont - Femme De M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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