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다시... 旅行者

Chris Yoon 2021. 10. 24. 05:01

 

 

내일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버스에

몸을 밀어넣어도수백 년 전 묵언을 결심한
정박된 배에 몸을 실어도
돌아오는 법 없지
빈 침대에 몸을 뉘여도
나는 간다

그 밤의 별들은 왜 내 눈을 멀게 했을까
어떤 뜻이 있어
두 손이 신들의 몸을 더듬는대도
허공에 박제가 된대도
멈추는 법 없지
죽은 나무처럼 서 있던 당신이 떠나도
나는 간다

지난밤엔 호수에 비치는 별을 세었다
나는 왜 내 손을 묶기로 했을까
어떤 희망적 결의로

나는 간다
가는 중이다
나는 간다
가는 중이다
숨이 턱에 차게

영겁의 버스표를 쥐고
어쩌라고 작꾸만 생을 갈아타면서
어쩌자고 졸다 소스라치게 깨어
어디쯤 왔는지 묻고 또 물으며
내릴역을 놓쳐
울먹이는 여행객처럼


네 번째 정거장에서 - 정영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왔네
홀로 걸어가는 길의 쓸쓸한 행복과
충분히 깊어지는 나무 그늘의 향기,
그대가 바라보던 저녁 강물처럼
추억과 사색이 한몸을 이루며 흘러가는 풍경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곤 했었네
그러나 이제 그만 그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
어느날인가 그대가 한 사람과의 만남을
비로소 둘이 걷는 길의 잔잔한 떨림을
그 처음을 내게 말해주었을 때 나는 다른 기쁨을 가졌지
혼자서 흐르던 그대 마음의 강물이
또 다른 한줄기의 강물을 만나
더욱 깊은 심연을 이루리라 생각했기에,
지금 그대 곁에 선 한 사람이 봄날처럼 아름다운 건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나무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나무는 나무를 바라보는 힘만으로
생명의 산소를 만들고 서로의 잎새를 키운다네
친구여, 그대가 혼자 걸었던 날의 흐르는 강물을
부디 잊지 말길 바라네
서로를 주장하지도 다투지도 않으면서, 마침내
수많은 낯선 만남들이 한몸으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그대도 그대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스며드는 곳에서 삶의 심연을 얻을 거라 믿고 있네
그렇게 한 인생의 바다에 당도하리라


나는 믿고 있네 - 흐르는 강물처럼 - 유하


 

 

긴 겨울을 병치례를 하고나니 유난히도 이 봄이 쓸쓸한듯 합니다

벌써 남쪽 바닷가에는 동백이 피었다고 하는데 아직 꽃샘바람은 만만치를 않군요.

배낭을 챙겨 몇 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없는 동안이라도 행여 빈 집 같이 적막할것 같아

틈틈이 수집하여 아껴두었던 영화와 음악들을 충분히 올려놓고 가겠습니다.

다녀올때까지 안녕.

Chris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