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시리즈 10 - 오동나무는 없고 동백만 가득한 섬, 오동도.
예전 이 섬에는 오동나무가 가득하여 오동도라 불렀다지
그런데 오동나무에 봉황이 자주 날아와 앉자
이곳에 왕기가 서릴 것을 염려한 고려 공민왕이 모두 베어버렸다네
그후 빈자리엔 동백나무가 자생을 하고
그 동백이 가득해지자
오동섬으로 남아 불리워지고 있다네.
하늘빛 푸르고 물빛 푸른 여수는 천리길처럼 멀었다
그래서 '여수라 천리길'이라는 유행가가 오동도로 들어가는 연락선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여수라 천리길, 바람따라 찾아온 사람모든 정(情) 흔들어 놓고 그 사람은 떠나갔다 여수라 천리길...
그때 멀리서 들리던 그 노래는 왜 그리 권태스러웠는지
세월이 그만큼 흘렀나? 요즘 내 아들아이는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리며 부른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시대와 함께 감정의 언어라 볼 수있는 노랫말도 사뭇 달라졌다
옛노래 '여수라 천리길'이 떠나간 사람을 혼자 생각하며 애를 끓인다면 근대노래 '여수 밤바다'는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비록 혼자 여행을 떠나왔지만 밤바다의 조명을 보며 두고온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렇게 노래도 사랑도 세월따라 변한다
도무지 걷잡을 수 없는 저 코발트 물빛 방파제와 게으른 오후의 정적이 바람난듯이 서로 핥는 대낮의 교합,
찍어 둬야지. 저 불륜 현장의 인증 샷 !
물 빛 푸르고,
하늘빛 푸르고,
사철 동백나무가 푸른 섬, 오동도
저 검푸른 동백나무에 붉은 꽃들이 점점이 피어나
푸른 바다로 뚝, 뚝, 떨어지던날
바다는 마다않고 그 붉은꽃들을 받아드렸을것이다
동백나무 가득한 어두운 숲 오동도에 한 줄기 밝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 밝은 빛을 따라가 올려다보니 손바닥만한 하늘이 보인다
하늘 窓... 숲이 울창하면 하늘에도 窓이 뚫린다
흡사 빠삐용이 독방에 갇혀있다가 한줄기 햇빛을 바라보았을때
그 눈부시어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원했던 자유,
그는 평생동안 탈출을 시도하여 탈출에 성공했고 그의 친구 드가는 외진 섬에서 안주(安住)를 했었다
그들 둘 중, 나는 어느 타입에 속할까?...
넋놓고 오래 바라보다가 그만 아찔, 현깃증이 일었다
오후의 바다가 조용히 섬기슭을 핧는다
에로틱한 풍경...
장 필립 투생(Jean ― Philippe Toussaint)의 바다의 욕조를 떠올리다
해변의 욕조 / 박정대
- 장 필립 투생의 시를 읽고 -
욕조는 아름답다, 텅 비어 있는
그리하여 알몸의 꽃을 심을 수 있는
욕조는 아름답다, 나는 욕조를 바라본다
하루 종일, 욕조 속의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샤워를 하기도 하고, 꿈을 꾸는 듯
먼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는 듯
수영을 하기도 한다, 수영을 하는
여자의 알몸은 아름답다, 나는 해변을
생각한다, 해변의 꽃 모종을 생각한다
나는 해변으로 가려고 한다, 나는
해변이다, 해변의 꽃 모종을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나의 몸에 꼭 맞는
욕조를 가진 적이 있었다, 종종 그곳에서
알몸으로 누워 삼류 소설을 읽기도 했다
외출할 때는 욕조를 입고 나가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요조숙녀라고 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욕조 속에서만
알몸이었고 나의 알몸을 느낄 수 있었고
알몸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이 다시 한번
욕조숙녀라고 불러주었더라도 괜찮았을 텐데
나도 언젠가 나의 몸에 꼭 맞는
그런 욕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몸의 나와 오래도록
부드럽고 긴 섹스를 한 적이 있다
* 오동도(梧桐島)는 여수시 앞바다 남동쪽 1㎞ 지점에 있는 면적 0.3㎢ 정도의 섬.
* 장 필립 투생(Jean ― Philippe Toussaint) 195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으며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감각적인 작품세계를 다루는 프랑스 미니멀리스트의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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