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Chris Yoon 2021. 10. 9. 19:36

 

 

그 사랑에 대해 쓴다            유 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는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사랑을 빚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윗 시를 읽다보면 대학시절의 교정이 떠오른다.

서울 마포구에서 바라보면 한강 너머로 지는 노을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신촌쪽의 미술대학을 나왔다

그래서인지 학교가 파하고 실기실 밖으로 나와서 노을을 바라보며 대리석을 쪼으던 잔영이 떠나질 않는다

그때마다 불어오던 아카시아 향에 취하여 서교시장으로 내려가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고 다시 실기실로 올라왔었다

사랑으로 진흙을 빚고, 나무와 돌을 깎았다.

그것도 모자라 잠이 들면 꿈을 꾸던 작품의 豫視꿈속에서 얻은 영감을 스케취 북에 재빨리 크로키하여 점토를 붙여나가던 손길은 바빴었다

그렇게, 그렇게 대학 캠퍼스에도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고 있었다

사랑을 빚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 Chris Nicol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