場 外
우연히 알게된 사내와 어울려 그의 작업장을 방문했다.
아!, 그곳은 내가 알지못하던 또 하나의 세계였다.
거칠고 험한, 세상의 막장같은 현장.
그동안 내가 늘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말하던 예술의 세계는
얼마나 사치스런 감상이었던가!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내들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이상과 달리 세상을 살아 나간다.
윤필립
그들 모두는 바람 든 가슴을 가졌다
허기로 잔을 채우고
사내들은 세상 고샅에서 닳아 온
지문을 찍어대며 잠시 태생을 잊는다
가슴 부딪는 건배가 오가고
출렁대는 밤별을 무수히 담아
신산한 일상과 섞어 마신다
사내들 몸속에 파고드는 말간 전율,
그들은 늘 중심에서 비켜 있었으므로
생의 언저리에서 자주 굴절되던 의지를 세우려고
한낮을 달려왔는데 외려 비틀댄다
주고받는 삶의 지론이 왁자한 공간 속
비워내는 가슴에 고단함만 가득 쌓인다
일용직이든 공사판이든 그마저도
나날이 줄어 가는 저 화려한 세상,
전등 빛이 깜박이며 시간을 다그친다
더러는 멱살을 쥐다 가도
더러는 악다구니를 쓰다 자정 넘기면서
몇 방울의 불티까지 기울이는 술잔
속내를 비우자 주위에는 난장판만 남는다
포장 밖으로 튕겨져 나온 사내들 등 너머로
새벽이 비척비척 밝아오고 있다
詩 / 장일만의 '장외(場外)'
Photo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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