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장외(場外) - 장일만

Chris Yoon 2021. 10. 15. 09:00

 

 

場 外

 

우연히 알게된 사내와 어울려 그의 작업장을 방문했다.

아!, 그곳은 내가 알지못하던 또 하나의 세계였다.

거칠고 험한, 세상의 막장같은 현장.

그동안 내가 늘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말하던 예술의 세계는

얼마나 사치스런 감상이었던가!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내들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이상과 달리 세상을 살아 나간다.

 

윤필립

 

 

 

 

 

 

그들 모두는 바람 든 가슴을 가졌다

허기로 잔을 채우고

사내들은 세상 고샅에서 닳아 온

지문을 찍어대며 잠시 태생을 잊는다

가슴 부딪는 건배가 오가고

출렁대는 밤별을 무수히 담아

신산한 일상과 섞어 마신다

사내들 몸속에 파고드는 말간 전율,

그들은 늘 중심에서 비켜 있었으므로

생의 언저리에서 자주 굴절되던 의지를 세우려고

한낮을 달려왔는데 외려 비틀댄다

주고받는 삶의 지론이 왁자한 공간 속

비워내는 가슴에 고단함만 가득 쌓인다

일용직이든 공사판이든 그마저도

나날이 줄어 가는 저 화려한 세상,

전등 빛이 깜박이며 시간을 다그친다

더러는 멱살을 쥐다 가도

더러는 악다구니를 쓰다 자정 넘기면서

몇 방울의 불티까지 기울이는 술잔

속내를 비우자 주위에는 난장판만 남는다

포장 밖으로 튕겨져 나온 사내들 등 너머로

새벽이 비척비척 밝아오고 있다

 

 

詩 / 장일만의 '장외(場外)'

Photo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