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민박집에 누워있다 사나흘 누워있다
해도 저만치서 꽁꽁 누워있다
반쯤 먹다남은 커피가 얼어있다
그림자 말고는 다 얼어야 사는 곳
공책한개연필한개털신한개나무책상한개
잠바한개칫솔한개머플러한개담배한개나한개
몸 가누지 못하는 한 생애처럼
문풍지 사이로 겨울설악은 함부로 출렁거렸다
풍경에 적응하려는지 눈동자도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산 속의 어둠은 지난 생의 한 철보다도 먼저 잠든다
문득
세파 世波가 밀려오는 것인지
훅하고 눈바람이 지나간다
봄을 탐하는 건 사치다
달만 살이쪄야 하는 고요,
여기 설악에선 그 고요도 얼어야 살아낸다.
- 달만 살이 찐다 / 고 철 -
寒溪嶺
정덕수 시. 하덕규 작곡.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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