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寒溪嶺 / 정두수 詩

Chris Yoon 2021. 10. 9. 19:10

 


겨울, 민박집에 누워있다 사나흘 누워있다
해도 저만치서 꽁꽁 누워있다

반쯤 먹다남은 커피가 얼어있다
그림자 말고는 다 얼어야 사는 곳

공책한개연필한개털신한개나무책상한개
잠바한개칫솔한개머플러한개담배한개나한개

몸 가누지 못하는 한 생애처럼
문풍지 사이로 겨울설악은 함부로 출렁거렸다
풍경에 적응하려는지 눈동자도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산 속의 어둠은 지난 생의 한 철보다도 먼저 잠든다
문득
세파 世波가 밀려오는 것인지
훅하고 눈바람이 지나간다

봄을 탐하는 건 사치다
달만 살이쪄야 하는 고요,
여기 설악에선 그 고요도 얼어야 살아낸다.

 

 

- 달만 살이 찐다 / 고 철 -

 

 

 

 

 

 

 

寒溪嶺


정덕수 시. 하덕규 작곡.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