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Poem /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0년 발행)
Photo / 담양 소쇄원에서
산책을 하러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을 거닐다보면 목백일홍을 많이 볼 수 있다
'베롱나무꽃'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의 학명은 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이며 관상용으로 부처꽃과(Lythraceae)에 속한다
꽃은 7월부터 개화를 시작하여 여름이 거의 다 가는 9월까지 홍자색으로 핀다
그렇게 오랫동안 100일을 간다하여 우리선조들은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양반댁의 정원이나 서원에 심어 그 풍류를 즐겼다
담양 소쇄원에 갔을때 이 베롱나무가 많아서 한층 그 풍광을 돗보이게 만들었다
'- 그의 애송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두산의 담쟁이 (0) | 2021.10.14 |
---|---|
알함브라(Alhambra) (0) | 2021.10.14 |
8월의 마지막 바다 (0) | 2021.10.14 |
바다의 戀歌 - 마종기 (0) | 2021.10.14 |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0) | 2021.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