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그 여름의 끝 - 이 성복

Chris Yoon 2021. 10. 14. 12:42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Poem /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0년 발행)

Photo / 담양 소쇄원에서

 

 

 

 

 

산책을 하러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을 거닐다보면 목백일홍을 많이 볼 수 있다

'베롱나무꽃'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의 학명은 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이며 관상용으로 부처꽃과(Lythraceae)에 속한다

꽃은 7월부터 개화를 시작하여 여름이 거의 다 가는 9월까지 홍자색으로 핀다

그렇게 오랫동안 100일을 간다하여 우리선조들은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양반댁의 정원이나 서원에 심어 그 풍류를 즐겼다

담양 소쇄원에 갔을때 이 베롱나무가 많아서 한층 그 풍광을 돗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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