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hara 사막

사막으로 가는 바다 - 정재록

Chris Yoon 2021. 12. 13. 16:54

 

 

 

사막으로 가는 바다                정재록

 

 

맨발의 무슬림이
소금자루를 진 낙타들을 끌고 사하라를 간다
그의 벽안이 홍해의 물빛처럼 깊어 보인다
저 소금 캐러밴의 행렬은
사막으로 바다를 끌어들이는 파이프라인
사내는 낙타의 등에 단단히 붙들어 맨
저 올망졸망한 바다보따리들을
종려나무 우거진 오아시스의 맹물에 풀어 놓을 것이다
내가 뿌릴 이 바다의 씨앗들이 사막의 낙원을 낙원으로 만들지
간이 밴 음식들, 맛깔 나는 파라다이스를 만들지
그는 모래위에 떠 있은 섬을 향하여
묵묵히 바다를 끌고 가서 한껏 출렁거리게 할 것이다
그가 내민 한 줌의 소금,
번철처럼 달궈진 모래밭을 밟아 온
한 자락의 파도가 베드윈의 식탁에서 파닥거릴 것이다
사하라의 모래밭에 생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간이 밴 한 끼의 식사는 먼 바다와의 소통
삼 세끼 혀끝에서 번져 나가는 바다
내 삶이 맹탕 같지 않았던 이유
소금 장수 무슬림의 눈에서
홍해의 푸른 물빛이 뚝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