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事 L`AVVENTURA
몇 명의 부르주아 청춘들이 호화 요트를 타고 이탈리아 남쪽의 무인도에 뱃놀이를 간다.
이들 중에는 로마의 건축가 산드로(가브리엘 페르제티)와 그의 약혼자 안나(레아 마사리),
그리고 안나의 친구 클라우디아(모니카 비티)도 끼여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나가 없어진다.
모두들 안나를 찾아나선다. 섬의 구석구석을 다 뒤져보아도 안나의 흔적은 없다.
어두워지면서 날씨마저 나빠지자 배는 철수하고 산드로와 클라우디아만 섬에 남는다.
다음날 아침에 경찰이 와서 섬을 샅샅이 뒤지지만 안나의 흔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도 결국 수색을 포기하자 산드로와 클라우디아 둘은 혹시 안나가 다른 배를 타고 근처의 섬에 갔을지 몰라
안나를 찾아나선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애정이 싹트기 시작해 이제는 안나를 찾는다는 구실로 사랑 여행을 즐기는 처지가 된다.
이들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기회는 안나를 찾아다니는 시간밖에 없다.
클라우디아는 처음에는 안나가 혹시 죽었을까봐 두려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살아서 나타날까봐 걱정이다.
둘은 그렇게 안나를 찾아다니다가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클라우디아는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산드로는 혼자서 호텔 로비에서 무료함을 달랜다.
잠에서 깨어난 클라우디아는 옆에 산드로가 없자 호텔 로비로 내려가 산드로를 찾는다.
그러다가 텅 빈 호텔 로비 한 구석에서 산드로가 창녀와 사랑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충격을 받은 클라우디아는 밖으로 뛰쳐나가고 뒤따라 나온 산드로는 수치심과 자기 혐오로 오열을 하는데...
그녀는 어디로간걸까?
사라진걸까?
감독자신도 모르고 친구들도 알수없고 영화를 보는나도 모르겠다.
이기적이고 외로운 인간들.
건조한 슬픔이 화면 가득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정사>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 영화의 원 제목은 『L‘Avventura』로, 우리말로는 `모험`이란 뜻이다.
사실상 영화의 내용은 ‘정사’와는 거리가 멀다.
<정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대표작으로 영화사에서도 20세기 영화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60년에 <정사>가 칸 영화제에 출품되었을 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란 이름은 이탈리아 밖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칸 영화제에서 처음 시사회를 가졌을 때만 해도 템포가 느리고 난해한 이 영화를 보고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으며 평론가들도 혹평을 했다.
그러나 로셀리니 감독과 평론가 앙드레 바쟁 등이 칸영화제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결국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그를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만들었다.
이후 극장 흥행에서도 예상을 깨고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야유를 퍼부었던 관중과 평론가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시간 이십분이라는 시간동안 영화는 아주 느슨하게 지루할 정도로 흘러간다.
나는 이 영화를 전해져오는 소문으로 듣고 비디오로 봤는데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안나’라는 여자는 초반부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실종이라것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다. 서사의 전개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갑자기 안나가 없어진 것도 그렇지만, 안나를 찾으면서 안나의 친구와 사랑하게 되는 것도,
게다가 감정에 충실한 듯 이루어간 사랑이었지만 마지막부분에서 그 사랑하는 여인을 침대에 두고 창녀와 놀아나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오히려 기존 영화의 서사방식과는 너무나 다른 형태의 영화의 진행에 지루한 듯 하면서도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와 긴 시간을 약간의 두근거림으로 보냈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을 접했을 때 남겨진 것은 우울함과 약간의 권태, 그리고 모호함 투성이었다.
‘안나’의 실종이외는 이렇다 할 중심사건이 없고 영화 속에서는 의도와 동기가 모호한 플롯위에 실종된 ‘안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두 남녀의 감정의 흐름,
그리고 그에 따른 불안정하고도 우울한 정서, 그것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만이 존재했다.
어쩌면 안토니오니 감독의 관심은 그 스토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영화속 주인공들의 심리를 각자 스스로 느껴가며 사건의 발단과 결말을 상상해야 되는지 모른다.
나중에 기자들이 안나는 어떻게 됐냐고 묻자 안토니오니는 “나도 모르겠는데요.
누가 그 여자가 자살했다고 그러던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안토니오니의 관심은 이 사건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재조명 해보려는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보면 마치 연속적으로 예술 사진을 보는듯하다.
사물사이로 보이는 액자구도, 원근 법,... 모든게 미술대학을 다닐때 중요시 여기던 구도들이다 .
공원, 넓은 공터, 공장부지, 도시 외곽, 사막 등의 비어있는 공간이나, 그런 공간속에 배치된 정물같은 인물들이 그 속에 압도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죽은 공간은 공간 내 사건이 없다는 것뿐 아니라, 인물들 간 관계의 부재, 윤리적 기준의 부재, 자아의 상실이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없이 장시간 전개되는 사물의 흐름 씬도 느낌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정사 L'Avventura>(1960), <밤 La Notte>(1961), <일식 L’Eclisse>(1962)
안토니오니의 대표작으로는 ‘소외 3부작’인 <정사 L'Avventura>(1960), <밤 La Notte>(1961), <일식 L’Eclisse / 태양은 외로워>(1962) 등이 있다.
이 3부작에 등장하는 배우 모니카 비티는 안토니오니의 ‘소외의 페르소나’이다.
그녀의 표정은 항상 어딘가에 취한 듯 하고, 허탈감이나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하며 웃다가도 뒤돌아서서 갑자기 웃음을 멈추는 모습을 보이는데, 마치 즐거운 감정을 연기를 하다가 자신이 무대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우울한 배우처럼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소통불가능 혹은 무관심에 의한 소외, 불안, 공허함, 무의미함 등이다.
제작일기
1959년 11월 5일, 안토니오니의 <정사>가 촬영을 시작한 지 9주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들은 파마레아에서 배로 20분 떨어진 작은 섬에서 촬영을 하였다.
그 섬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라디오 방송도 전혀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한다.
그 곳에서 안토니오니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던 델 뒤카로부터 더 이상의 제작 진행을 포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에 촬영되었어야 할 이 장면은 초겨울에 촬영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이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선 등장인물들은 덜덜 떨면서 여름 흉내를 내고 있었다.
안토니오니에게는 이 현장이 세상에서 맨끝까지 온 마지막 벼랑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1912~2007)
1912년 9월 29일 이탈리아 페라라에서 출생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40년대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프랑스 감독 마르셀 카르네의 조감독을 거쳐 '사랑의 연대기
(Cro-naca di un Amore)'(1950)로 데뷔했다
.50년대 중반부터 전성기를 연 안토니오니 감독은 '여자친구들(Le Amiche)'(1955), '외침 Il (Grido)'(1957), '정사'(1960), '밤(La Notte)'(1961), '태양은 외로워(L’Eclisse'(1962)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사건보다 환경을 중시했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산업화된 사회 속의 고립된 존재들,
이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상처를 건조하게, 그러나 예리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페데리코 펠리니와 함께 네오리얼리즘 이후의 세대로 시작하였지만, 그의 영화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페데리코 펠리니감독은 54년 <길>의 국제적인 성공으로 이미 그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펠리니가 안소니 퀸을 주연 배우로 캐스팅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토니오니는 펠리니가 네오리얼리즘의 정신을 포기하고 헐리우드와 타협했다고 맹렬하게 비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영화<길>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으며, 뒤이어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을 받았다.
점점 더 펠리니의 영화는 규모가 커져가고 있었으며, 안토니오니가 가난하게 <정사>를 촬영하고 있었을 때 펠리니는 치네치타 촬영소에서 <달콤한 인생>을 호화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해 깐느 영화제에서 조르주 심농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단은 <정사>에 ‘영화언어의 예술적 발전에 기여한 이유’로 심사위원 대상을 안겨주었다
1955년 제19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비롯,1960년 제13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1962년 제1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1964 제28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1967년 제2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1982년 제35회 칸영화제 35주년 특별기념상,
1995년 제6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5년 '에로스'를 연출했다.
모니카 비티((Monica Vitti), 1931년 11월 3일생)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국립 연기예술학교를 나온 후 피트만 대학시절 연기에 흥미를 느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녀는 독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연극 무대에 자연스레 뛰어 들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두 편의 영화 <정사, L'avventura, 1960년>, <일식, L'eclisse, 1962년>을 찍으며 결혼생활을 했다.
빗지않은 듯한 헝클어진 머리, 그렇지 않아도 나태하고 싶은 현실의 무게감을 온 몸으로 풍겨내며 숨이 막히도록 영화속에서 권태스런 표정과 분위기를 증폭시켜 그녀만의 분위기를 창출, 유일무이한 배우가 되었다.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와 배우이자 부인 모니카 비티(Monica Vitti)
인간 내면의 위기
1960년 칸영화제에서<정사〉가 상영되었을 때 적대적인 관객들은 조롱과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비평가와
영화인들은 그러한 반응을 반박하는 성명서에 서명을 하며 이 영화를 지지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영화는 영국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and Sound)》가 전 세계 영화평론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그때까지 만들어진 세계 영화 가운데 두 번째로 위대한 작품으로 뽑혔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는 이미 20년 가까이 다큐멘터리와 장편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정사〉를 통해 예술성과 상업성 모두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는 주로 어떻게 개인들의 야망과 계급 이동으로 인해
도덕심을 상실하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간 내면의 위기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그의 영화들은 물질적 안락함과 감정적 공허함 사이의 분열에 주목한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부자이지만 성공한 지적인 삶에 불만족스럽다. 주인공들은 어떻게 만족을 얻을 것인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사회와 적응할 것인가 고민한다. 즉 현대사회의 변모하는 조건에 적응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고자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예술영화’의 고전이 된〈정사>는 사랑의 불모, 단절된 세계를 그리고 있다.
원제목은 이탈리아어로 ‘모험’이라는 뜻인데 주인공들의 삶이 모험 같다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배반’이 모티브로 등장인물들은 안락하지만 정신적으로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신경증을 갖고 있으며, 억압된 욕망과 내면의 공허함을 지닌 부르주아들이다.
이들은 일시적 위안을 주는 목적 없는 ‘모험’에 모두 사로잡혀 있다.
끝으로 사족 하나, 영화감독이 이렇게 잘 생기면 어쩌라고... 남자 배우보다 훨씬 더 잘생겼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는 '태양은 외로워 / 일식(The Eclipse)' 에서도 부인, 모니카 비티(Monica Vitti)와 호흡을 맞춰 좋은 영화를 만들더니 아주 훗날, <구름 저편에>를 끝으로 인생의 막을 내렸다.
이런 큰 별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간다는 것이 애석하다.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상영될때와 사뭇 다른 유럽의 Poster(좌)와
2009년 칸영화제 Poster에 다시 쓰인 영화속의 사진(우).
시칠리아에서 클라우디아가 자신의 남자 산드로가 왔을까,
밖을 내다보는 장면. 사진의 구도와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뒷 모습... 한 장의 예술사진이다.
나는 이 두 사진을 보면서 'Simple is Best'를 속으로 몇번이나 외쳤다.
L'avventura (情事) O.S.T.에 대하여
L'avventura (情事) O.S.T. Nico Fidenco가 부른 'Trust Me'는 영화보다 더 유명했었다.
Nico Fidenco, 본명은 Domenico Colarossi로 1933년 1월 24일 로마에서 출생하였다.
Nico Fidenco의 노래들은 모두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되었고 그 해 바로 What a sky로 데뷔하여 커다란 반응을 얻었다.
다음 해에 발표한 곡은 Legata a un granello di sabbia로 그의 최전성기를 맞이하였으며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중에서도 What a sky, Trust me 등은 Nico Fidenco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67년에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한 바 있다.
Trust me,
나를 믿어주세요
Join me
그리고 내 곁에 들어 오세요.
You got a nest into my heart
왜냐면 당신은 이미 제 가슴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Darling, come inside
제 품안에 들어오세요.
Don't you see
모르시겠어요?
Now you're fuel Just like a flame
Within the air
이제 당신은 바람에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는 것을
within the air
바람결에 타오르는...
All is dry for you and me
이 세상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타 버릴 겁니다.
Let's gotta try and buy a dream
우리는 이제 꿈을 이루도록해요.
Don't you see
모르시겠어요?
Now you're fuel Just like a flame
Within the air
이제 당신은 바람에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는 것을
within the air
바람에 타오르는...
Just like a flame
Within the air
이제 당신은 바람에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는 것을
Just like a flame
within the air
이제 당신은 바람에 타오르는
불길과 같다는 것을
'- 그의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haedra (죽어도 좋아) (0) | 2021.12.05 |
---|---|
Goodbye Again / 離愁 (0) | 2021.12.04 |
The Eclipse (日蝕 / 태양은 외로워) (0) | 2021.12.04 |
La Vie en rose (장미빛 인생) (0) | 2021.12.04 |
Plein Soleil (태양은 가득히) (0) | 2021.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