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성긴 마대위에서 밀어냄으로써 하나의 물질이 자연스럽게
다른 물질의 틈 사이로 흘러나갈때, 그리고 흘러나간 물질들의 언저리를
느긋이 눌러 놓았을때,
내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물질 자체가 물질 그 자체인 상태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를 말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 작가 하종현의 말 중에서
강남 역삼로에 있는 빌딩을 자주 갈 일이있어 그곳엘 갈적마다 한동안씩 시간가는줄 모르고 머물던 곳이 있다.
그곳엔 하종현 선생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천정까지 닿는 대형 작품으로 마치 타피스트리 같은 인상을 주는 모노톤의 그림이다.
"물감을 성긴 마대 뒤에서 밀어냄으로써 하나의 물질이 자연스럽게 다른 물질의 틈 사이로 흘러나갈 때,
그리고 흘러나간 물질들이 언저리를 느긋이 눌러 놓았을 때,
내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물질 자체가 물질 그 자체인 상태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를 말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되도록 말하지 않는 쪽에 있고 싶다."
하종현 선생은 올이 굵은 마대와 단색조 유채물감이 빚어지는 <접합>을 통해 캔버스 뒤편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을 쓰셨다.
캔버스의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방식인 '배압법'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어서 비단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계에서도 그 존재를 인정 받고 있다.
선생님의 작품 '접합'은 오일 안료가 마포의 실오라기 사이사이를 관통하여 이루어 지는데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오일 안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마포의 무수한 구멍들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가는 눌리고 다시 솟아 오른다.
내가 하종현 선생님을 처음 뵌건 홍익대학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때 선생님은 한창 젊은 30대 중반의 나이로 왕성하게 작품을 하시던 무렵이었다.
주로 그때는 종이를 이용한 작품이었는데 작품이 커서 천정이 높고 넓은 공간을 택해 조각실에서 하셨다.
당시 선생님의 작업하시는 모습은 한창 젊고 남성으로서 최고의 정점인 나이로 검은 숱의 머리에 체격이 건장해보이는 몸에 흰 런닝셔츠만 입고 하셨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열중해 보이는지 옆에서 말도 못 붙이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던 선생님의 작품을 이제야 나도 비로서 나이 든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틈만나면 역삼동 빌딩으로 달려가 하종현 선생님의 작품을 보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얼마후, 다시 가봤더니 아뿔사! 누군가 그 작품을 사갔다고 한다.
그 시절의 선생님, 그 청년시절의 선생님이 다시 보고싶다.
하종현
1935년 12월 28일 경남 출생 / 홍익대학 졸업
2003년 01.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1990~ 199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2001 홍익대학교 명예교수
1980 프랑스 칸국제회화제 한국대표
1976 ~ 1989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69 ~ 1974 아방가르드협회 회장
1967 ~ 1979 홍익대학교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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