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메고 다닐 때
나는 천수답이 되는 거였다
빛이 비처럼 쏟아져도
나의 감광지는 찰나를 한 줌 받아들일 뿐
더 움켜쥐려 할수록 하얘진다
그와 나 사이의 구도에서
없는 걸 꾸며 넣는 게 아니라
허기가 져도 사진의 바깥으로
아쉬움을 덜어내어야만 했다
마침 그때 그곳에 자리 잡았을 따름
빛의 진심은 다 보여주는 데 있지 않고
감추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산 투명한 유리종이
발걸음에 따라 맑은 소리를 내듯
그와 나는 풍경화 속에서
삽화처럼 하나가 될는지 모른다
시 :: 포토그래퍼 (어떤 삽화)
Music :: Reflection ㅡ Oystein Sev
'- 그의 自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그 사랑 이야기 I (0) | 2021.12.01 |
---|---|
La Caei Hoat (쓸쓸한 사랑) (0) | 2021.12.01 |
편지, 여관, 그리고 한평생 (0) | 2021.12.01 |
'주여, 이제 겨울이 왔습니다' (0) | 2021.12.01 |
nieszpory (저녁기도) (0) | 202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