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웃음소리 이상국
내가 한 철 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
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
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
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
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 먹고
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북천 물소리가 그걸 싣고 가다가
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
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그날은
살다가 헤어지기도 좋은 날이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온몸이 환해진다
세상을 살면서 청빈한 마음을 잃지않으려 나름대로 법문을 공부하고,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산다는 것은 곧이 곧대로 법문대로 행하라는 말이 아님을 나, 이제야 알겠다
어느 산중에 스님 한 분이 절집에서 개를 기르며 나이든 구도자의 길을 홀로 걷고계셨다
아침 저녁 홀로하는 공양(먹는 일)이라는게 그에게는 수행의 대수롭지않은 한부분이었기에 너무 헐겁고 보잘것없이 여겨졌고 오로지 정신세계의 득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구도자의 공양 먹거리라는게 주변에서 거둔 하찮은 농작물뿐, 제대로 된게 없었다
결국 스님은 나이가 많은 탓에 면역결핍증으로 자리에 몸져 눕고말았다
어느날, 스님이 누워계신데 마당에 누렁이가 짖기에 나가보니
댓돌위에 산토끼 한 마리를 물어다 놓은게 아닌가
스님은 깨달았다. " 아하, 이놈이 내 몸 걱정을 하여 잡아왔구나."스님은 그렇게 단백질보충을 하고 거뜬이 일어나 다시 경전에 드셨다 한다
같은 물(水)이라해도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들고 선한 사람이 먹으면 감로수가 된다고 한다
스님들도 안거를 끝내고나면 만행을 떠나신다
그간 묵언하며 느끼고 배운것을 세상에 나가 전하라는 부처님의 뜻이다
근본적으로 갈증을 느끼며 죽어가는 이들에게 '꼭, 적합한 그것'을 준다는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마당에 무슨 설법과 계율이 그토록 대단하며 종교가 가당키나 한것일까?...
험한 세상에서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가는 자들에게 적합한 보시와 공양을 하기를 부처님도 원할 것이다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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