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The Journey, December

Chris Yoon 2021. 11. 16. 03:15

 

친구여, 새벽부터 겨울비 내린다.

가방을 챙겨 여행을 떠나자. 이 비가 얼어 눈으로 내리기 전에.

아주 먼 곳으로, 아주 험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여행은 때로는 불편하고 힘든 것, 그러나 우리는 일부러 그렇게 힘든 여행을 선택하자

몽골의 바람부는 벌판이나 험한 산으로 가서 잠을 자며 밤하늘의 별들을 보자

때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로 접어들어 길이 막혀 되돌아나와도

U.S.V.에 가득 저장된 음악으로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자

어두운 숲속에서 밤을 보내며 모닥불을 피우고 산짐승을 쫓아가며

차안에서 잠을 자다 문득 잠이깨어 초록별을 보며

우리 서로 얼싸안고 심장의 박동소리를 듣자

멀리 보이는 고성(古城)을 사진찍으려 너와 나는 가방을 열고

온갖 렌즈를 갈아끼우며 하루를 보내자

그러면 가슴에 맺혔던 것들이 모두 풀리리라

그곳에서도 비가 오는 날이면 은사시나무, 침엽수, 사이프러스나무...

우리들이 좋아하던 나무들의 이름을 외우며

나무열매에 맺힌 물방울을 사진찍어 서로의 파인더를 보며

우리는 소년들처럼 즐거워하리니.

친구여, 새벽이 온다.

비는 아직도 그칠줄모르고 내린다

빗소리가 겨울비치고는 크게 들린다

친구여, 가방과 사진장비와 마실 물을 충분히 챙겨 우리 여행을 떠나자.

 

 

 

 

마음 붙일곳없어 집을 나섰네

이제 나는 내 속 깊이 잠들어있던 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르쳐주고
세상의 모든 나무 밑이 나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잠든 내 얼굴을 들여다보리라
나는 잠들고 낯선 나라를 헤메는 이방인이 되어
먼 나라에 살고있는 또 다른 나와 이야기를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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