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어느 여름날 저녁의 준비(preparation)

Chris Yoon 2021. 11. 9. 02:56

 

 

준비

이렇다 할 일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주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나날도 이제는 끝이다.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좋은 일만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다.

내가 저 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음원도 음반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 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면...


- 역삼동에서

 

 

 

 

 

反芻 (반추)

 

떠들석한 도시를 떠나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서서 반추(反芻)해본다

그대, 아는가...

앞으로 살아 갈 날들보다

여태까지 살아온 날들이 더 많았음을...

 

-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반추 [反芻,飯帚]

뜻 : 한번 삼킨 음식을 게워 내어 다시 씹다, 지나간 일을 되풀이하여 기억하고 음미함

 

 

 

 

어느 새벽

 

여름밤의 흥청거리던 밤 술집도 문을 닫고
취객을 부르던 심야택시도 끊어진 시간
아직 돌아가지 않는 사내의 뒷모습을 본다
길을 잃은듯, 집을 잃은듯 앉아있는 그는
그저 아래만, 아래만 내려다 보고있다
그렇게 그는 도시의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잃어버림 젊음을 아쉬워 하고있었다

 

- 잠실 새벽거리에서

 

 

 

상처

 

어느날 푸른 신호등이 켜진 건널목을 건너다
섬광처럼 번쩍이는 불빛을 보며 현깃증을 느꼈다
잠시 안정을 찾으려 들어선 도시의 골목
그렇게 주저앉아 쉬고 싶었다
"그만 일어나. 약해지면 안돼... "
신호등 건너편에서 친구가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여, 보이지 않는다
산다는 그것이...

- 서울 삼성로 역삼동에서

 

 

 

그렇지

사랑하기 위해서 또 사랑받기 위해서
상처는 잊어야 한다.

상처를 준 그사람과의 사랑도 잊어야 한다.
사랑한 만큼 상처도 깊은 법이니까

언제나 처음처럼 초연하고 경건하게
그리고 숭고하게 첫사랑을 하듯

사랑은 해야 한다

우리는 백번째 아닌 천번째의 누군가와 만나도
맨 처음처럼 사랑을 해야 한다

가슴이 뜨거웠던 추억의 잔도
깨끗이 비우고
현재의 사랑에 열렬히 해야 한다

- Chris Nicol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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