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보면 엎드려 절 드리고 싶다
사진 찍으려 하는 손이 가방을 더듬자
지퍼를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날개 털고
맨 윗가지들로 날아가 앉는다
잠시 후 새 깃털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이 큰 나무를 다 담을 수 없다
겨울비 찬 기포(氣泡)만든 잔가지들,
건드리면 멀고 깊은 종소리 낼 것 같은 우람한 나무여
신생(新生)하소서
물방울에 들어온 작은 가지들이여
소생(蘇生)하소서
큰 나무 보명 발가벗고 그 속에 들어가
제물(祭物)되어 자고 싶다
나무 - 황지우
Big Tree
나무 숭배
오랫동안 백제시대의 부흥지, 몽촌토성쪽에 자리를 잡고 살다보니 오래된 나무와 함께하며 나 역시 나이를 먹게 되었다.
나무도 잎이 무성하고 내 나이도 한창 무르익어 푸르던 시절에 처음 나무를 대하고 그 아래에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나무 아래에서 약속을 하여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니,... 그보다 내 아들아이가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때 나무를 찾아가 그 아래에서 놀며 기념촬영도 했는데 이제는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이 되고 나무 둘레에 쇠울타리가 설치되면서 나무 아래로 가지도 못하고 먼 빛으로만 바라볼 수만 있게 되었다.
나무도 나이를 먹으면 늙는다. 가지는 아래로 쳐져서 쇠기둥으로 받쳐줘야 되고 해마다 겨울을 지내고 나면 겨우내 앓고난 수척한 모습에 링거르병을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다.
더구나 비바람이 거세거나 폭풍이라도 한차례 지나가고나면 무수히 많은 가지가 부러지고 상처를 입는다.
사람이나 나무나 나이드는 것은 어쩔수없다. 이제 나도 죽으면 작은 찻잔에 뼈한줌 넣어 저 밑에 묻히고 싶다.
사진 설명
上/ 서울 O.L.Park 몽촌토성에 있던 아주 오랜 해를 묵은 미루나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나 공원이 조성되기 전, 토성시절부터 있었던것 같다.
두 그루가 뿌리가 붙어서 자라기 시작,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연리근목(連理根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해, 폭풍우가 거세던 밤. 나무는 함께 꺾이어 쓰러졌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 나무가 있던 자리를 찾아가 본다.
下/ 몽촌토성위에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
- Chris Nicola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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