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A Walk In December XV / 동해 바닷길

Chris Yoon 2021. 11. 8. 02:27

 

 

새벽이 되어 지도를 들추다가
울진이라는 지명에 울컥하여 차를 몬다
울진에 도착하니 밥냄새와 나란히 해가 뜨고
나무가 울창하여 울진이 됐다는 어부의 말에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 싶어 또 울컥
해변 식당에서 아침밥을 시켜 먹으며
찌개냄비에서 생선뼈를 건져내다 또다시
왈칵 눈물이 치솟는 것은 무슨 설움 때문일까
탕이 매워서 그래요? 식당 주인이 묻지만
눈가에 휴지를 대고 후룩후룩 국물을 떠먹다
대답 대신 소주 한 병을 시킨 건 다 설움이 매워서다
바닷가 여관에서 몇 시간 자고
얼굴에 내려앉는 붉은 기운에 창을 여니
해 지는 여관 뒤편 누군가 끌어다 놓은 배 위에 올라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한 사내
해바라기 숲을 등지고 서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한 사내
내 설움은 저만도 못해서
내 눈알은 저만한 솜씨도 못 되어서 늘 찔끔하고 마는데
그가 올라앉은 뱃전을 적시던 물기가
내가 올라와 있는 이층 방까지 스며들고 있다
한 몇 달쯤 흠뻑 앉아 있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사내의 집채만한 그림자가
찬물처럼 내 가슴에 스미고 있다

 

- 이병률 / 스미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다.

설악산을 넘어서 제일 북쪽 고성에서부터 국도를 따라 포항까지 가다보면 군데군데 아름다운 포토죤이 많다.

특히 바람이 거세게 풍랑이 치는 날이면 바다는 더 아름답다.

바닷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배가 고프다. 그러면 포구나 항구로 들어가 식사를 해야한다

그리고 또 다시 항구 동네를 벗어나 바닷가를 달려간다.

그렇게 거친 바다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여행을 다녔던가!

양평에서부터 설악산을 넘어 울릉도, 독도까지.

바다의 포효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 Poem / 이병률 - 스미다

- Photo / Andy Lim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