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A Walk In December XIV / 겨울비 내리는 날

Chris Yoon 2021. 11. 8. 02:25

 

아침부터 겨울비 내리고 바람 스산한 날이었다
술자리에 안경을 놓고 가셨던 선생님이
안경을 찾으러 나오셨다가
생태찌개 잘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선생님은 색 바랜 연두색 양산을 들고 계셨고
내 우산은 손잡이가 녹슬어 잘 펴지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낡고 녹슨 게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셨다
툭하면 끌려가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땐 이렇게 찢기고 갈라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가장 큰 목소릴 내던 이가
제일 먼저 배신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철창 안에서도 두려움만 있는 게 아니라
담요에 엉긴 핏자국보다 끈끈한 어떤 게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겁이 많은 선생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보다 중도가 좋다고 하시면서
안경을 안 쓰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시면서
낮부터 ‘처음처럼’만 두 병 세 병 비우셨다
왼쪽에서 보면 가운데 있는 이를
오른쪽에서 보고는 왼쪽에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월이
다시 오고 추적추적 겨울비는 내리는데
선생님 옛날이야기를 머리만 남은 생태도
우리도 입을 벌리고 웃으며 듣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은 없는데
주말에는 눈까지 내려 온 나라 얼어붙는다고 하는데

 

 

- 도종환의 <겨울비>

 

 

 

 

 

 

 

 

몇 일전부터 비나 눈, 예보가 있었고 그보다 먼저 기분이 저조하며 허리가 아팠다.

그러더니 밤부터 비가 내렸다.

눈이라도 내리기를 바랬지만 철아닌 겨울비.

지난해같으면 벌써 눈이 많이 내려쌓였을텐데 올해는 눈이 내리질 않는다.

비내리는 12월의 아침, 날이 어둠에서 벗어지질않아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뉴스를 틀으니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다.

어느정도 정리가 돼가는것 같더니 반대파의 탄핵이 또 머리를 들고 나온다.

세상이 좀 조용했으면...

가득이나 코로나19가 하루 1200명이 넘게 번지면서 연말인데도 다섯명 이상은 모이질 못하게하고,

곤경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겐 우선 임시방편으로 삼백만원씩을 지원해준다느니, 백신이 들어오면 내년 2월부터

고령자 우선으로 접종을 한다느니... 조용한 날이 없는데 왜 들 이리 시끄러운지.

세상에서 가장 졸렬한 짓이 자신의 권력을 바탕삼아 휘저으며 남용하는 일이다.

그런자는 반드시 자신이 먼저 무너지게 되어있다.

제발 자신의 일을 충실히 이행하며 조용히 봄을 기다리길 바란다

정치가는 편가르기를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교수는 자신의 자식 스팩쌓기를 위해서가 아닌 지식을 공부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을 위해, 예술가는 세태에 민감하지말고 자신의 감성을 차분하게 작품으로 표현하고, 사업가들은 자신의 축적을 위해서가 아닌 소비자를 위해서,... 모두들 본연의 임무를 찿아갔으면.

 

나에게는 이제 선생님이 없다.

내가 존경하며 배우고, 마음이 심란할때 찾아가 뵈면 위안을 얻었던 선생님들도 이젠 모두 타계하셨다.

그리고 어느덧 젊은이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란 칭호를 쓴다.

연말이면 더 외롭고 쓸쓸하다.

또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때문이리라.

오늘같은 날, 선생님이라도 계셨으면 우산을 받고 술 한 병들고 찾아가 뵈었으련만.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