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이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 박남준의 <흰 부추꽃으로> 全文
- 박남준
- 1957년 8월 30일생 전라남도 영광
- 전주대학교 영문학사
- 2015년 제 14회 아름다운 작가상
- 2011년 제 13회 천상병 시 문학상
요즘 세상이 어수선하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길래 이토록 물가는 비싸고 살기가 어려운지...
뉴스만 틀었다하면 방화, 살인이 보도되고 정치인들이 나와서 싸움질을 한다.
어찌 그 뿐일까..! 신종 전염병 코로나19가 대두되더니 이젠 탑 뉴스거리로 올랐다.
무섭다. 마치 중세시대의 흑사병처럼 감염자가 확산되고 사망자의 숫자가 늘어간다.
알지도 못하던 이단교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소문에 원인 조사를한 발표가 이어지고
이에 맞서는 그 종교의 대변인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맞대응을 한다.
이런 상황에 국가의 책임자를 물러나라는 광화문집회는 계속되고 이에 변명이라도 하려는듯
T.V. 뉴스에는 그 특유의 웅얼거리는 말버릇을 가진 얼굴이 나와서 무슨말인지 웅얼웅얼 지껄이다 들어간다.
모두가 상처다.
이 시대는 상처투성이다.
청년시절, 한 시인을 알았었다.
그는 서울 모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을 하다가 온통 상처투성이의 삶이 싫어
그저 무턱대고 下南하는 열차를 타고 전주 모악산으로 들어갔다.
무당이 살던 낮에도 컴컴한 빈 집을 빌려살며 낮에는 지천에 돋아나는 야생화들을 보고
밤이면 데이빗 다링(David Darling )의 음악을 들으며 시를 쓰고 상처를 치유했다.
그때 쓴 詩 하나가 위, '흰 부추꽃으로'이다.
마음도 상처투성이인데 산중에서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나무를 긁어오던 손과 몸은
또 얼마나 상처 투성이였을까.
그러면서 활활 타오르는 옹이박힌 나무를 보며 그 타고난 재를 뿌려 흰 부추꽃으로 피어나길 바랬다.
그렇게 상처가 치유되어 승화되길 바랬던 것이다.
윗 사진들은 내가 광릉을 산책하다 찍은 사진들이다.
베어져 방치된 나무, 그 위에 무심히 뿌려져 얹힌 잔설,
그 나무 밑둥의 갈퀴같은 손을 닮은 뿌리,
그 사진을 보며 내 손을 찍어보았다.
그 손을 볼적마다 떠오르는 몇 줄의 글이있다.
어둠이 밀리는 하늘 밑에
슬픈 목청을 울리며 가는 사슴
가고 또 오는 드넓은 땅위에서
언제부터 이토록 흐느낌에 귀를 기우렸던가
보라빛 바위틈에서 꽃잎이 피던 밤
진정 사랑을 허락않던 가슴들은
서로가 야윈 얼굴 비비며 흐르는 숨소리들
분수처럼 솟아나던 슬픔에서
그토록 한번도 쓰인적없는 언어를 바위벽에 새기고
이제는 올 수도 없는 벌판에 주저앉아
설음을 통곡하는 여기 산사슴
핏발 얼룩져 멍이 든 손
그 손마디를 낙엽같이 벌리면
강물처럼 흐르는 핏줄이 있다
이 詩는 놀랍게도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쓴 詩로
국어선생님의 눈에 띄어 교내 사보에 실렸고
훗날 백일장에서 상까지 받게 된, 훗날 詩를 쓰는데 모티브가 된 글이다.
- Photo :: Chris Yoon
- Copy :: 윤필립(尹馝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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