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벽마다 명상산책을 나가는 공원에 햇살이 벌어지는 시간이되면 어김없이 만나는 노인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는 부부이다.
키가 크고 허리가 꽂꽂하나 걸음걸이가 느린 할아버지, 그리고 작으마한 키에 약간 허리가 굽은 할머니.
둘이 다 지팽이에 의지를 하고 아주 천천이 Adagio로 걸으신다
매일 보는 모습인데 옷도 깨끗하게, 그리고 꽤나 멋을 부린 차림이다
할아버지는 거의 첵크무늬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차림이고 할머니는 검정하의에 위는 화려한 색상의 정장차림이고 두분 다 머리숱이 적어서인지 늘 곱게 모자를 쓰신다
서로 나란히 지팽이를 짚고 걷는 모습이 한평생을 그렇게 정답게 살아오신 모습이다
말없이, 그러나 가끔은 그들도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나는 어느 날, 그들의 뒷모습을 렌즈에 담고싶어졌다. 그래서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숨죽여 셨터를 눌렀다
그들은 전혀 눈치를 못채고 마치 의식을 치루듯 조용히 길을 걷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아,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
그런데 요즘 그들이 안보인다.
길목을 지켜서서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건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둘 중 누가 아파서 누우셨을까? 아니면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셨나? 불길한 예감도 든다.
부디 그들이 몸성히 편안하게 잘 지내시기를...
나는 숱하게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오늘은 이 곡을 두 분께 바친다.
My Life with You...내일이면 꼭 공원에 나오셔서 저와 마주쳐 주시기를...
아래 사진에 대하여
나는 이 사진을 찍으며 사진제목을 'My Life with You...'라고 붙이고 싶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또 한 사람, '너'와 함께 생애를 마쳐야 할 운명적인 사람.
그 사람은 젊은시절에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았던 사람일 것이다
그저 무덤덤하게 서로 필요에 의해서, 아니.. 어떤때는 마지못해서 살았을 사람.
그 사람이 어느 날 늙고나니 내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몸도 망가지고 기억력도 쇠퇴하여 무엇하나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또 한 사람도 곧 따라 가겠지.
언젠가 먼 친척의 장례식에 조문을 갔다가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노부인을 보았다
아무 표정없이 앉아 방문객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그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나는 돌아오면서 계속 머릿속에 그 노부인이 떠나질않았다.
젊어서는 끝없이 감정에 휘말리며 다투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애증의 세월을 보냈을 사이가 분명한데
어떻게 백지장처럼 그렇게 빛 바랜체 모든걸 초월한듯 담담할 수 있을까?
그렇다. 사랑도 오래 살다보면 빛이 바래서 백지처럼 하얗게 변하나보다.
저토록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같은 길을 가면서도 자신의 길을 걷는 노부부.
마침 옆(아래 사진의 우측)에는 88년 올림픽을 맞아 외국작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오래 머물며 이 땅, 이 공원에서 직접 제작한 내가 좋아하는 작품 '대화 / dialogue'가 있었다
그 표정도 덤덤하게 서로 한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선이 따로있는 표정이다.
그것이 젊은 날의 그 많던 애증도 빛 바라게 한 사랑, 바로 그것일것이다.
- Photo :: Chris Yoon
- 글 :: 윤필립(尹馝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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