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2017. Autumn series XXVIII. XXIX.

Chris Yoon 2021. 11. 5. 06:23

가을아침에 생각한다

 

 

새벽공원을 걷다가
안개속을 헤엄치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 본다
이제 이 세상 다하고 돌아갈 때가 된듯
펼쳐진 날개가 많이 지쳐보인다
한 마리의 고추잠자리
주검을 지켜보며
나도 덧없는 삶을 반추해봐야 될것이다
저런 미물들도 저렇게 붉게
한세상 사랑하며 살다 미련없이 떠나는데
나, 준비는 다 되었는가
모든 색깔이 물들어
스러지는 늦가을까지


- 글 ; 가을아침에 생각한다 - 윤필립
- 사진 : Chris Yoon




알고 계신가요?

가을하늘에 잠자리가 그 갸녀린 날개를 펼치며 비행한다.

잠자리는 포식자로서 그들의 비행 기술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화시켜왔다.

잠자리는 쥐라기 공룡의 출현 시기보다 앞선 시기인, 약 3억 년 전에 지구 행성에 출현했다고 한다.

그 증거로 잠자리 화석들이 공룡들을 포함하는 퇴적지층 암석 아래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석들이 전 지구적인 홍수였던 노아의 홍수 동안에 퇴적된 것이라면, 퇴적지층들에 부여된 수억 수천만 년의 지질시대들(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퇴적지층의 다른 위치에서 발견되는 화석들은 다른 생태학적 지역에 살았던 것들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해서, 잠자리들이 살았던 습지 서식지는 공룡, 침엽수, 조류, 포유류 등이 함께 화석으로 발견되는 육상 서식지보다 앞서 범람했다. 그들은 격변적으로 매몰되었고, 퇴적지층들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장되어 있기 때문에, 잠자리를 포함한 지층과 공룡을 포함하는 지층들은 일 년여에 걸친 전 지구적 홍수 동안에 단계적으로 퇴적된 것으로 나타난다.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 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의 가을이 지상에 다 모였으므로

내 흩어진 잔뼈들도 홀연 귀가를 생각했을까

문을 열고 저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져서

어느 등불 아래로든 호명되고 싶었다

이마가 붉어진 여자를 한 번 바라보고

어떤 언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

안경을 벗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는 일이

그런대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는 뜻

나는 식탁에서 검은 옛날의 소설을 다 읽고

또 옛날의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의 불안과

매래로 가는 단념같은 것을 생각한다

가을이 내게서 데려갈 것들을 생각한다

가을이 왔다 처음 담을 넘은 심장처럼

덜컹거리며 빠르게,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망설임으로 왔다


시 :: 류 근 <어떻게든 이별>중에서 '가을이 왔다'

Photo :: Chris Yoon




서점에 간 애인이 詩를 한 편 찍어서 보내왔다

가만이 읽어보니까 이거 참 돌이킬 수 없이 아름답고 수준이 높은 게 전직 시인 류 근의 시가 분명하다

흐린 날 나는 류 근의 시를 읽으며 하염없이 기침을 한다

시인이여, 옛날의 시인이여, 가을이 이미 깊었으니 어느 비탈에 저희는 저희의 집을 세우고

다시 찬란한 멸망을 이룩할 수 있으랴.

 

 


Philip Aaberg - Sentimental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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