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벚꽃, 그 메랑코리한 추억

Chris Yoon 2021. 11. 4. 05:55

 

벚꽃, 그 Melancholy한 추억

 

 

 

여기 잠실, 125층 고층 건물이 들어선 땅

누에 蠶, 집 室.가물거리는 잠결에서 일어나 잔기침 쿨럭이며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보면

강남으로 달려가는 자동차들의 긴 행열

어두운 밤, 몽유병자처럼 일어나 발코니에 서서 낯익은 거리를 향해 행했던 수음(手淫)

저 아래 피어나는 어느 벚꽃잎에 묻혀 놓았을까

벚꽃 핀 이 봄날 아파트 광장을 걷다가 곤하게 잠든 어린 아이를 본다

 

 

 

벚꽃이 아름답기로 여러곳이 있다

일본의 오사카가 아름답고 국내에선 진해, 쌍계사 벚꽃 10리길, 서울에선 여의도, 석촌호수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오해일 수 있다. 내가 사는 잠실 5단지의 벚꽃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잠실은 원래 버려진 땅이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뽕밭을 이루고 누에를 쳤다.

그래서 이름도 누에 蠶, 집 室을 부쳐서 잠실이라 하였다.

그러다가 서울 강남 개발붐을 타고 1970년대에 잠실의 아파트 붐이 조성되고 벚나무를 심기 시작한것이 그 시초였다.

미국에선 100년이 지나야 아파트 주변 경관이 조성되고 값이 오른다더니그 말이 맞다.

거칠고 마른땅에 나무를 심어 놓은것이 자라 이제야 제 몫을 하는것을...
내가 아주 어리던 시절, 처음 이곳 잠실을 찾았을때는 한강 뚝섬에서 나뭇짐을 싣는 나룻배를 타고 건너와 진흙탕길을 걷다보면 덩그라니 봉은사라는 절 한 채가 있을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곳에 코엑스가 생기고 마천루같은 빌딩들이 들어섰다.

그때는 물론 롯데도 없었고 자연적으로 생겨 방치된 석촌호수만이 있었으며 잠실나루역에서 내리면 키작은 집들 가운데 성당 한 채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곳으로 와서 나는 종합운동장이 만들어지는걸 보았고 아주 오래전에 있던 몽촌토성이 올림픽공원으로 탈바꿈하는 걸 보았으며 88올림픽을 맞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해를 보내었다.

그 아이가 송파키드로 자라서 이젠 사회인이 되었고 나는 홀로 남겨져 올림픽공원의 호수와 석촌호수를 오가는 백로들을 보고 해마다 피어나는 벚꽃을 보며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 Photo. Copy ::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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