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꽃이 피었더냐 XXI - 붓꽃(an iris)

Chris Yoon 2021. 11. 1. 07:09

 

봄 비 내리더니 붓꽃피었다

봄 비속에 소원 적어

물 오른 가지에 걸어 놓으면

그 소원 이루어 진단다

 

나도 소원을 쓴 종이 접어

붓꽃 위에 놓는다

愛, 信, ...

나머지 한 자는 뭐라고 쓸까

먼 길 떠난 사람 다시 돌아오게하는

그 글자 무얼까

 

봄비가 내리더니 마른풀사이로 붓꽃이 피었다.

붓꽃... 매형이 지어준 누나의 이름.

누나는 아주 오래전 고향을 떠나 한 남자를 따라 남쪽지방으로 시집을 갔다.

낯 선 지방으로 시집을가서 시아버지 눈에들고 손귀한 3대독자 집안에 줄줄이 연년생 아들 딸낳아 기르던 누나는

나이 곱게 들며 태화강변가에 이층집 짓고 살았다.

 

매형이 그 누나보고 붓꽃이라는 필명을 지어주고 붓꽃같은 머리 어루만져 주었단다

그 매형이 암에 걸려 세상뜨셨다.

조문을 가보니 누나는 그 곱던 모습 어디가고 파뿌리같은 할머니가 되어있었다.

- 에잇, 누나 왜 그리 피부가 상했어?

나는 누나에게 사진을 찍어주다 한마디했다.

- 매형 암치료 받는동안 매형 봐드리느라 피부관리를 통 안했어.

누나는 매형이 고통스러워하는걸 보면서 함께 고통을 나누며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붓꽃은 피었다 시들고 내년봄에 다시 피어나지만

한번 떠나간 누나의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붓꽃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잎과 꽃봉오리가 붓글씨 쓰는 붓을 닮았다하여 붓꽃이라 부른다.

향도 묵향을 닮았다.

키가 30~60cm정도 자라고 땅속줄기가 있어서 옆으로 뻗어나가며 거기에서 새싹이 나오며 수염뿌리가 많이 붙어있고 잎은 창 모양으로 위로 곧게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