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snow, snow

Chris Yoon 2021. 11. 1. 05:18

 

 

 

먼 강물의 편지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나날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
안녕 내 사랑, 부디 잘 있어라

 

 

 

 

 

 

 

 

온 산하가 얼어붙었다.

영하 15도로 내려간 추위로 주초(週初)를 열더니 오늘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30년만의 추위라고 한다.

강원산간 지역은 영하 29.1도까지 내려가고 서울에선 곳곳이 수도 계량기가 얼어 물이 끊겼다한다

나는 사우(寫友)와 촬영을 나가기위해 만났다가 거센 추위와 폭설로 꼼짝없이 갇혀서 보내고 있다.

초저녁부터 내린눈이 쌓여 거리는 온통 빙판으로 교통이 마비되었고 수퍼마켙의 물건들은 가격이 부쩍 올랐다.

새벽, 눈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사우(寫友)와 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가 떠다녔던 여행,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찍어온 사진들,...

그리고 추억들을 떠올렸다.

역시 추억은 아름답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들은 새삼 우리의 나이듦과 힘든 세상을 살아나가는 터득과 지혜를 느끼게도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만큼 와 있을까?

그것이 인생의 중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Poem /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 Photo. Copy / Chris Yoon / 上 : 舊 화랑대驛 (셀프 카메라)

下 : 올림픽 파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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