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그 아파했던 흔적들 윤필립
상처가 너무깊어 떠나질 못했던 서러움들이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출렁이며 떠오를때면
해지고 어둠이 깃드는 모래밭에
수행자의 어려움을 보여주기도 했었지
매우 유감스럽지만 죽음과도 맞바꿀 수 없던 나의 아집(我執)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고 헛된 욕심들은 바람에 날아가 버렸지.
자유롭게 떠돌며 진리를 찾고 있는 내 마음은
삭막한 겨울바다로 찾아와 모든걸 회복하고 있다.
모래와 바다, 그 모든 것들은언제나 그자리에 있고
다시 파도칠 준비를 하고있다
바다의 모든 유희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날의 흔적을 잊으려 애쓰고 있다.
때를 맞추어 파도가 내 지난 유년의 상흔(傷痕),
그 흔적마저 지우고 있다
수평선 위로 태양은 다시 떠오를테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겠지
어둠속을 떠다니는 내 영혼은
아직도 도시의 악몽을 다 잊고 떨쳐 버리기로는 멀었지만
저녁안개에서 잠시 벗어난 수평선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쯤
나는 신기루보다 더 아름다운 환영을 본다
- 제주를 떠나며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