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Drama
당신은 비오는 날 호숫가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해 본적이 있는가?
화사한 웃음소리 가득 울려퍼지는 지인들과의 자리가 아닌,
울적하게 아니,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에, 혼자서...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 좋은 와인 바가 아닌, 비오는 타국의 바닷가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는건 나 역시도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인생길에서 나 아닌 내가되어 연극같은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쟝콕토의 모노드라마을 본 적이 있다
<목소리>... 서서이 조명이 밝아지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있고
소품은 전화기 한 대뿐이었다
여자는 전화벨이 울리면 미친듯이 수화기를 붙들고 말을 쏟아낸다
한시간 반동안 그렇게 혼자서 이야기를 하는것이다
물론 관객들에게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않는다
그러나 여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모노 드라마를 풀어나간다
나는 바닷가 술집을 찾아가 소품으로 전화기대신 술을 한 병 샀다.
그것도 이 고장의 눈 녹은 물처럼 맑은 화이트와인으로.
그리고 어둡고 밀폐된 방보다 넓은 호숫가에서 내 모노드라마를 하기로 했다
라프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차츰 크게 울려나오면서 여자는 말을 시작한다
상대방 남자와의 과거, 현재의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우리는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여자는 과거의 히노애락을 이야기하면서 표정마저 순간순간 바뀌고있다
울다, 웃다... 그렇게 한시간 반동안.
물론 연기력이 없으면 꿈도 못 꿀 무대다
아주 오래전 최선자라는 연극배우가, 그리고 실험극단에서 임영웅 연출로
산울림소극장에서 할적엔 윤석화가 연기했었다
장미희는 일생에있어 꼭 한번 하고싶은 역이라고 말했으나 끝내 못하고 말았다
이제부터 내 모노드라마다.
무슨말부터 해야할까?
차분하게 나는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연극대사처럼 상대방에게 말 할 틈을 내주며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면 나의 대사를 띄엄띄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한시간 반...
연극이 거의 끝날무렵
격정적인 대사로 연기를 하며 눈물로 범벅이 되던 여자는
어느순간 전화기 선을 목에 두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도 나의 모노드라마를 연기하며 나의 격정기를 이야기하다가
울분을 토하며 술 한 병을 모두 마셔버렸다
쟝콕토의 모노드라마 <목소리>는 그렇게 끝난다
텅 빈 무대에 어지럽혀진 휴지들.(연극하는동안 여자가 눈물 콧물을 닦아낸 휴지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전화기. 전화기선으로 목을 감고 쓰려져있는 여자.
또 다시 크게 울려퍼지는 라프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나도 내 모노 드라마를 마쳐야겠다
비오는 호숫가 벤취에 놓여있는 빈 술병.
그리고 나는 그자리를 떠났다.
Chris Yoon
Sergei Rachmaninoff
출생: 1873년 4월 1일
사망: 1943년 3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비벌리힐스
보칼리제(Vocalise)란 가사가 없는 성악을 말하는데
모음만으로 노래되는 일종의 무언가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악기, 그 중에서도 특히 첼로의 음색에 매우 잘 어울리는 곡이어서
오늘날에는 성악가보다도 오히려 첼리스트들에 의해 더욱 자주 연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