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롬노브의 古城 아래에서의 거룩한 식사
체스키크롬로프(Cesky Krumlov)의 古城을 구경하고 긴 골목을 내려오다 보면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눈에 띈다.
중세기 마을의 분위기를 헤치지않고 그대로 건축미를 살려 장사를 하는 집들이다.
나는 그중에서 은은한 회벽을 그대로 사용한 동굴같은 집으로 들어갔다.
마치 개미굴처럼 뚫어놓은 미로같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식사를 할 수 있는 소박한 방도 나오고 음식을 만드는 주방도 보인다.
Teras라고 쓴 화살표가 있기에 따라가 봤더니 城밑으로 흐르는 블타바강이 보이고
그 강가, 바로 옆 회벽아래에 오래된 나무로 탁자를 만들어놓고 작게 뚫린 구멍으로
주방의 음식을 받아 손님에게 주고 있었다.
집을 나와 학교를 다니며 먹는것에 대한 생각은 그저 허기를 메꾸는 것이었다.
원래 풍족치 못한 시대적 분위기와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을 하여 늘 배가 고팠으나 그에 대한 유감은 없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후, 대기업의 직원으로 공채합격을 한 후 나의 식생활도 변화가 왔다.
부족함 없던 구내식당의 식사도 마다하고 입에 당기는 음식을 사 먹으러 다녔고
퇴근후, 바이어 영접으로 당시로는 최고의 로얄클럽이었던 북악산 정상에 있던 베어하우스에 나가
보도 듣도 못하던 음식들을 자주 접하곤 했다.
그러다가 뉴욕으로 혼자 건너가 늘 음식을 사먹으며 먹는것에 대한 고마움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입에 맞지않는 음식들, 푸스스...하게 불면 날아갈듯한 스페니쉬 가개의 볶음밥과 콘프레크 식사,
그리고 점심으로 타운스퀘어에서 사먹던 햄버거와 스파게티.
그래서 속이 걸걸할때면 코리아타운으로 전철을 타고가 맵고 뜨거운 육개장을 사먹으며 속을 달래곤 했다.
이젠 유럽을 여행하며 아침은 신선한 호텔조식으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점심겸 저녁은 유럽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있다.
먹는것의 즐거움이여, 거룩한 식사.
매콤한 야채슾과 양파와 양배추를 채썰어 크림소스와 버무린 샐러드,
거칠게 구운 곡물빵과 비개까지 두텁게 썰어 그대로 오븐에서 익힌 돼지고기 바베큐를 블타바강이 흐르는 고성 아래에서 먹는 맛은 잊을 수 없는 식사였다.
저녁햇살이 저만치 넘어가고 있다
저무는 블타바강 쪽으로.
회벽에 달아맨 기름램프에 불이 켜지면 아주 오래된 나무로 짠 식탁에 나는 앉는다
그리고 눈 지긋이 감고 성직자처럼 생각하고 있는 자의 표정을 짓는다
나는 안다
성 아래에서 먹는 '거룩한 식사'를.
갓 구워낸 고기덩이를 접시에 들고 있는 성직자처럼 자신의 손바닥에 놓여진 생이 부끄러워질 때
많이도 흘러버린 시간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음을 안다.
이젠 '나' 아닌 것들을 위해 기도하며
성모송을 되뇌이며 이렇듯 낯 선길을 걷다보면
하루는 저만큼 지나와 있다.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강물 소리가 들리는 저녁
블타바 강가의 고성아래에서
마치 그 옛날의 성주처럼 거룩한 식사를 한다.
- 체스키 크롬노브의 古城 아래에서의 거룩한 식사 - 尹馝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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