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7월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2022년의 새로운 해를 시작하고 잠깐 한눈을 팔듯 지냈는데 어느새 2022년의 반이 흘러가버렸다.
잃은것이 있다면 분명 얻은것도 있으리라. 잘 생각해보라.
나는 지난해부터 암선고를 받고(어쩌면 훨씬 더 먼저 발병했을지도 모른다.) 거의 죽음의 상태에 이르러 두달간 입원을 하며 온갖 검사를 마치고 아말로이드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모두 던져버리고 죽지않고 살기위해 애썼다.
2022년 7월은 나의 항암치료가 모두 끝나는 달이다.
이젠 희망을 노래하며 詩를 읽고 또 쓸것이다.
여기에 찾아놓은 시들은 모두 절망적이지않고 희망을 찾아떠나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7월의 장마비가
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
늦은 새벽
내과병동 1232호 병실
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 내려앉는다
어제 떠난 두 사람
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쯤 퇴원할까
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
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
그리움이 넘칠 때
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비젖은 나뭇잎위에 빗방울이 구르는 작은 목소리
혈압시간이에요
백의천사 환한 미소가
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 채워준다.
장수남의 <7월의 천사>에서 인용
개망초 박준영
6,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 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 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7월 시 김진열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수채화 손월향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색칠하면
도화지에 퍼져 가는
지난여름
7월의 풀숲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숨었던 얘기들도
풀숲에서 일어나
7월의 초록빛 나무로
쑥쑥 자란다
칠월에 거두는 시 김영은
유월의 달력을 찢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바다 내음 풍기는 추억의
아름다움을 주우러 가자
지나간 세월의
아픔일랑은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 버리고
젊음을 주우러 가자
유월의 지루함 일랑은
시간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태양을 주우러 가자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일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은 열정의
열린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칠월의 구르는
숫자 속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주우러 가자
단풍잎 물드는 구월엔
칠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낙엽 지는 시월엔 또다시
사랑을 주우러 가자
땡볕 손광세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7월의 바다 박우복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안고
밀려드는 파도를 보셨나요
가느다랗게 이어진
인연의 틈을 따라
햇살도 부수고 밀려오는
7월의 파도를
손을 내밀고 할 말도 많지만
기다림이라는 한 마디에
서로의 마음을 맡기고
7월의 바다 앞에 서면
온몸을 적시며
부서진 햇살 들 모아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
7월을 맞으며 황금찬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박철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 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손등을 한 번 만져 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 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7월 권경업
닮으라며, 하늘
되게 몰아치는 된바람
숲은, 숲은
아랫입술 잘근 깨물고
휘청이며 뒤척이며
새파래져 간다
장마 김명관
7월은
슬픈 하늘을 품고 산다
너를 사랑하고부터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마음
사랑할수록 커져가는 목마름은
그렁그렁 눈물로 맺히고
눈물방울 떨어진 자리마다
낯선 인연 풀처럼 돋아도
너는 아직도 그 자리
7월의 아이들 헤르만 헤세
우리 7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하이얀 재스민 향기를 좋아한다.
조용히, 깊은 꿈에 잠겨
꽃이 피는 정원 옆을 거닌다.
우리들의 형제는 짙붉은 양귀비.
보리밭에서, 뜨거운 대지 위에서
양귀비꽃은 붉게 너울거리며 하늘거리는데
바람이 와 꽃잎을 흩날린다.
7월의 밤처럼 우리들의 생애는, 꿈을 지고서
그의 윤무(輪舞)를 완성하리라.
꿈과 흥겨운 측제에 열정을 쏟으리라.
보리 이삭과 짙붉은 양귀비의
꽃다발을 들고서.
7월 정연복
시작이 반이라는 말
딱 맞는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월
눈 깜짝할 새
두툼하던 달력이 얄팍해졌다.
하지만 덧없는 세월이라
슬퍼하지 말자
잎새들 더욱 푸르고
꽃들 지천에 널린 아름다운 세상
두 눈 활짝 뜨고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몸 드러내는 정직한 시간
마음의 빗장 스르르 풀리고
사랑하기에도 참 좋은
7월이 지금
우리 앞에 있으니.
칠월에 거두는 시 김영은
유월의 달력을 찢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바다 내음 풍기는 추억의
아름다움을 주우러 가자
지나간 세월의
아픔일랑은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 버리고
젊음을 주우러 가자
유월의 지루함 일랑은
시간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태양을 주우러 가자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일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은 열정의
열린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칠월의 구르는
숫자 속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주우러 가자
단풍잎 물드는 구월엔
칠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낙엽 지는 시월엔 또다시
사랑을 주우러 가자
7월에는 친구를 윤보영
7월에는
내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친구를 찾겠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던 친구!
설령 친구가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친구를 찾게 되면
내가 먼저 전화를 하겠습니다.
없는 번호라고 안내되어도
한 번 더 전화해 보겠습니다.
결번이라는 신호음을 들으면서
묻어 둔 기억을 다시 꺼내겠습니다.
7월에 찾고 싶은 친구는
언젠가 만나야 할 그리움입니다
내 사랑입니다
7월은 행복한 선물입니다 윤보영
7월입니다
1년의 반을 보내고
다시 반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7월도 의미 있게 보내겠습니다
지금까지
행복한 1년을 준비했다면
앞으로는
행복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나누면서 보태겠습니다
7월에는
친구를 만나고
주위를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겠습니다
부지런한 나를 위해
박수를 치겠습니다
하지만 7월도
사랑이 먼저입니다
7월 내내 웃으며 보낼 수 있게
내가 나에게 사랑을 선물하겠습니다
건강한 7월!
웃음 가득한 7월로 만들어
마중 나온 8월을 만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내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 7월에도 모두 행복하십시요.
저도 행복하겠습니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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