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bler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여행자처럼 돌아온다
저 여린 가슴
세상의 고단함과 외로움의 휘황한
고적을 깨달은 뒤
시간의 기둥 뒤를 돌아 조용히 돌아온다
어떤 결심으로 꼼지락거리는 그를 바라다본다
숫기적은 청년처럼 후박나무 아래에서
돌멩이를 차다가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물방울이 간지럽히는 흙을
바라다보고 있다
물에 젖은 돌에서는 모래가 부풀어 빛나고
저 혼자 걸어갈 수 없는
의자들만 비에 젖는다
기억의 끝을 이파리가 흔들어 놓은 듯
가방을 오른손으로 바꾸어 들고
느릿한 걸음으로 돌아온다
저 오랜 투병의 가슴
집으로 돌아온다
지친 넋을 떼어 바다에 보탠 뒤
곤한 안경을 깨워
멀고 먼 길을 다시 돌아온다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 박주택
박주택
1959년 충청남도 서산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꿈의 이동건축〉이 당선.
현재 월간 《현대시》 주간으로 활동하면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