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1.
겨울 갈대 윤성택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물결은 음파처럼 밀려와
촘촘히 조각을 덧붙이고 있었다
뿌리는 그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물밑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나는 강가를 무작정 걸었다
놀란 새들이 음표처럼 날아올라
수평선에 걸렸다
그 순간 들려주는 연주곡은
코끝이 시렸다, 이별은
떠나온 것이 아니라 두고 온 것일 뿐이라고
노랫말을 붙이고 싶었다 조금 더
잦아지는 물결은 시린 저녁놀을
강 끝으로 옮겨놓았다 생각이
지류를 따라 부질없이 밀려갔다
어느덧 나는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제목도 알 수 없고 구절만 떠오르는
쓸쓸한 노래였다공기방울이 얼음 밑으로
흘러 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뿌리의 노래라고 믿었다
'- 그의 애송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 박정남 (0) | 2021.10.13 |
---|---|
가을억새 - 정일근 (0) | 2021.10.13 |
9월의 이틀 - 류시화 (0) | 2021.10.13 |
장지동 버스 종점 - 최호일 (0) | 2021.10.13 |
바다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우리는 이별을 할 수 있다 - 김문호 (0) | 202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