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우리는 이별을 할 수 있다 김문호
말하지 않아도 좋을 일들이
어쩌면 그녀의 뇌리에 떫은 부담으로 각인되어
서로의 간극을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세한 모세혈관정도의 틈새였지만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고스란히 박힌 고백 같은 언어들은
그녀에게는 점점더 내를 만들고 강을 만들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섬세한 그녀는 그 언어들을 조각조각 추스려
부지런이 심장 구석에서부터 쌓아두었을 것이다.
차근차근하던 심장의 박동이 어느새
귓속의 달팽이관을 세차게 흔들어대는 이명으로 울릴때 그녀는
더이상 동반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두지 못했다
이별이다.
우리는 바다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이별을 이룰 수 있다
연안에서의 아쉬움도 길게 고동을 울리며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여객선의 흔적처럼 심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한 이별을 집착으로부터 완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며.
윗 시는 김문호시인이 어느날, 내 블로그에 댓글로 달아준 글이다
시인답게 성의껏 임하는 댓글작업도 좋거니와
오래 생각하지않고 망서림없이 써내려간 문체도 가히 감탄할만하다
그는 때때로 댓글을 달아주면서 시 한 편씩을 쏟아내어 나를 감탄시킨다
여수에서 시를 쓰며 농장을 경영하는 그는
바다에 관한 시를 주로 쓴다2013년에는 애상시집 <노을빛으로>를 내놓았다
김문호시인 약력
- 한국 문학정신 시 등단 (2008 겨울호)
- 한국 문학정신 베스트 라이어
- 2009 대한민국문화연구포럼 선진문학상 수상
- 2009 민들레 문학상 대상
- 2010 환경문학상 대상
- 한국문학정신 편집위원
- 청송 시인회 동인
- 공저 / 비올라의 첼로, 떨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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