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Art수첩

Alberto Giacometti 展 V - 어린시절 죽음의 목격과 실존주의

Chris Yoon 2021. 12. 3. 10:17

 

 

 

Turning Point & Booster - 죽음의 목격과 실존주의

어린시절부터 따랐던 사람의 죽음을 겪은 Alberto Giacometti는
인생에 있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며 나이를 먹는다.

그러면서 생각이 깊은 예술가로 성장을 했다고 봐야한다.

그의 어린시절의 일기를 보면 죽음의 목격으로 인해 실존주의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21년 9월 3일

베네치아에 가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자코메티는 여행 비용을 대겠다는 반 뫼르스와 함께 인스부르크에서 외진 산골 마을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밤, 반 뫼르스는 심장마비로 자코메티의 곁에서 죽게 된다.
그의 죽음은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자코메티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고, 그로인해 죽을 때까지 불을 켜둔 채로 잠을 자게 된다.

 

하룻밤을 반 뫼르스의 죽음을 어린 나이에 목격하고 그는 여러 사람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렇게하여 Alberto Giacometti를 드라마틱한 조각가로 성장시킨건 주변 사람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정물을 그리는 일엔 관심이 없었고, 사람의 두상이나 흉상, 입상 등을 주로 제작했다.

파리에 체류하며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교류했지만 실물로부터 출발한 구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코메티는 전통적 인체 표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기만의 표현방식을 탐구해나갔다.

육체의 묘사와 재현을 넘어 정신의 본질을 담아내려는 그 탐구는 끊임없는 '지우기'와 '비워내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후기로 갈수록 더 작아지고 가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본질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고 또 걷어내서 더 이상은 아무것도 덜어낼 수 없을 때까지,

그리하여 인간의 고유한 가치가 스스로 드러나고 거기에 어떤 영원성이 깃들 때까지,

그는 40년 동안 7평짜리 작업실에서 잿빛 점토들을 매만지며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작업실에서 모델이 되어준 이들은 가까운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었다

가장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게 해준 뮤즈 이사벨, 평생을 헌신적으로 형의 작업을 도왔던 남동생 디에고, 온갖 애증 속에서도 끝까지 아내의 자리를 지켜낸 아네트, 스무 살도 안 된 매춘부로 37살이나 연상인 자코메티를 만나 연인이 된 캐롤린, 철학을 전공한 일본인 친구 야나이하라, 유명 사진작가였다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엘리 로타르 등이 그의 모델들이었다.

그런데 친숙한 모델들을 앞에 앉혀놓고도 그는 번번이 혼란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모델을 오랜 시간 보면 볼수록 모델과 나 사이엔 많은 단계가 생긴다. 내가 과연 누구를 봤는지 또는 누구를 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낯선 인물이 되어 있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거나 만든다는 것은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의미하며, 조각가와 모델은 그 은밀한 모험에 함께 하는 동지인 셈이다.

모델과 재료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틈을 계속 파고들면서 자코메티는 자신이 '아는 대로'가 아니라 '보는 그대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문학, 철학, 연극 등을 매우 좋아했으며, 말년에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장치를 설계하기도 했다.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사뮈엘 베케트가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무대에 올렸을 때 연극 무대 콘셉트를 제공하며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거장들끼리의 교류 덕분에 세계적인 연극으로 계속 생명력을 부여받았는지도 모른다.

철학자 사르트르와도 깊게 만났다.

미술이든 문학이든 나름의 철학이 깔려야 빛을 낸다는 말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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